학교는 담임교사 배정조차 안해
전국 대부분 초ㆍ중ㆍ고가 개학을 맞은 2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혜초에는 적막감만이 흘렀다. 이날 등교한 학생은 단 3명. 학교 행정직원들은 아무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8일부로 전원 해고 통지를 받은 교사 중 8명은 등교 예정인 학생들을 위해 이날 출근했지만 학교로부터 담임 배정 등 어떤 지침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방적으로 폐교 절차를 밟다가 최근 철회한 서울 은해초가 새 학기 시작일에도 아무런 학사 운영 지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은혜초 학부모 김모씨는 “행정실 직원이나 이사장 등이 출근하지 않으면서 학교 측 입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는 상태”라며 “불안한 학교 측 태도에 개학일에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 10여명은 이날 학교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은혜초는 지난달 21일 학부모들에게 분기당 수업료로 기존(160만원)의 2.5배가 넘는 397만원(연간 1,588만원)을 제시하는 등 사실상 폐교를 위한 압박을 가해왔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은혜초의 태도에 난감해 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폐교 인가를 받지 않은 학교가 폐교를 시도할 경우 책임자는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하지만 은혜초가 사립학교인 탓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식으로 학교 운영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어 현재로선 은혜초 자체의 정상화 의지에만 기대야 하는 상황이다.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법인 측에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엄정대응 하겠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전학을 원하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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