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1일(현지시간) 자신의 직무 수행에 대해 “신이 벌을 내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농담으로 한 말이긴 하지만, 최근 한 달 간 백악관발(發) 각종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서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사실을 감안하면 ‘뼈 있는 심경 토로’라는 해석도 나온다.
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국토안보부 설립 15주년 기념행사에 특별 손님으로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간 권력 암투로 백악관 기강이 극도로 무너졌던 지난해 8월,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군기 반장’으로 백악관 비서실장에 오를 때까지 그는 6개월 동안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냈었다.
“나는 매일 여러분 모두를 그리워한다”고 말문을 뗀 켈리 비서실장은 “내가 제일 하기 싫었던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영광이었던 국토안보부 장관직을 떠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인지 신이 내게 벌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좌중에서는 일제히 박수갈채와 함께 폭소가 터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대해 “켈리 비서실장은 분명히 농담을 던진 것이지만, 정말로 농담이라고만 보이지는 않는 농담이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켈리 비서실장은 올해 들어 유난히 많은 부침을 겪었다. 지난달 부하 직원인 롭 포터 전 선임비서관의 가정폭력 스캔들에 휩싸였을 때 그는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거센 퇴진 요구를 받았다. 그로서는 취임 이후 가장 큰 정치적 위기였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백악관 실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보좌관 기밀정보접근권 제한과 관련, 다시 권력투쟁의 중심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이자 쿠슈너 보좌관의 부인인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미국 대표단장 임명에 반대한 사실도 알려졌다.
쿠슈너 보조관의 기밀정보접근권이 결국 강등되면서 켈리 비서실장이 ‘퍼스트 도터’ 부부에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켈리 비서실장으로선 트럼프 대통령 가족과 사실상 전면전을 벌인 셈이기에 그에 따른 위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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