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찾아 폭스바겐의 미래를 이끌 투 톱, 아테온과 티구안을 만나는 일정 속에서는 예상 외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폭스바겐 그룹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아우토슈타트에 위치한 ‘자이츠 하우스(시간의 집)’에서 모터스포츠의 역사에서 굵직한 한 장면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발터 뢰를과 크리스티앙 가이스트되어퍼의 흔적이었다.
발터 뢰를에 의한 그리고 발터 뢰를을 위한 전시
자이츠 하우스는 폭스바겐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박물관이다. 하지만 독특한 것이 있다. 바로 ‘전시의 가치가 있다면 타 브랜드의 차량도 전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이츠 하우스 안에는 메르세데스-벤츠, 혹은 캐딜락 그리고 드로리언 등과 같이 전혀 관계 없는 브랜드의 차량이 전시되는 경우도 흔하다.
그리고 때때로 특별전을 마련한다. 이번 출장 기간 동은 전설적인 랠리 드라이버이자 그의 파트너인 발터 뢰를과 크리스티앙 가이스트되어퍼의 활약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레이스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정말 특별한 전시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자이츠 하우스의 독특하지만 완고한 철학으로 폭스바겐 그룹에 속해 있는 아우디나 포르쉐의 레이스카는 물론이고 오펠과 란치아의 차량을 기반으로 개발된 레이스카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기자는 이 전시를 놓칠 수 없었다.
과연 이 전시에는 어떤 레이스카들이 전시되었을까?
아우디 스포트 콰트로 S1 E2(파이크 픽)
말 그대로 전설과 같은 레이스카인 아우디 스포트 콰트로 S1의 파생 모델인 콰트로 S1 E2는 압도적인 출력을 자랑하는 차량이다.
참고로 콰트로 S1은 WRC 무대에서 콰트로 기술이 ‘사용 금지’를 하게 만든 차량이니 그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발터 뢰를과 가장 잘 어울리는 레이스카로 떠오르는 차량 중 하나다.
1986 콰트로 S1 E2는 아우디 특유의 네모 반듯한 차체에 과감한 바디킷과 어둠을 밝히는 거대한 헤드라이트 등이 이목을 끄는데 직렬 5기통 2.1L 터보 엔진을 통해 585마력이라는 막강한 퍼포먼스를 자랑했으며 콰트로 시스템을 얹었음에도 1,090kg의 가벼운 차체를 자랑한다.
개인적으로 이 레이스카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선명한 이유는 과감한 바디킷과 명료한 데칼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차량의 후면에서는 후방 시야가 전혀 없을 것 같이 육중하게 치솟은 리어 윙 스포일러를 볼 수 있어 이 차량이 얼마나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차량인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차량의 특성 상 강력한 출력, 가벼운 차체에도 최고 속도는 단 180km/h에 불과하다. 이는 엔진의 출력을 가속력에 집중하는 힐 클라이머의 특성 덕분이다.
포드 카프리 RS(그룹 2)
클래식한 컴팩트 포니카의 실루엣이 담긴 포드 카프리 RS는 파란색과 노란색, 절대 실패하지 않는 컬러의 조합으로 레이스카의 감성을 드러냈다.
1972년 등장한 이 레이스카는 2.7L 엔진으로 230마력을 자랑했으며 29.5kgm의 토크를 내며 레이스 무대를 내달렸다. 차량의 무게는 1,020kg이고 최고 속도는 235km/h에 이렀다.
발터 뢰를이라 한다면 대부분 유럽의 차량과 호흡을 맞출 것 갔겠지만, 이렇게 독특한 존재도 그의 파트너였다.
피아트 131 아바스 랠리(그룹 4)
1980년 등장한 피아트 131 아바스 랠리(그룹 4) 레이스카는 당대 규정을 충족시키는 뛰어난 레이스카이며 발터 뢰를와의 호흡을 통해 정상 무대의 단골 손님과 같았다.
대회 규정에 의거해 2.0L 엔진으로 230마력을 내고 최대 토크는 23.4kg.m에 불과하지만 발터 뢰를을 이 레이스카가 가지고 있는 극한의 퍼포먼스를 이끌어 내며 모든 이들의 선망 그리고 시기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이 차량은 '피아트'의 컴팩트한 감각이 잘 드러나는 차량이며 또 흰색과 하늘색의 독특한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포르쉐 924 카레라 GTS(그룹4)
'발터 뢰를'이라고 한다면 다들 포르쉐 브랜드의 한 일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924 레이스카가 그러한 이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룹 4 규격의 레이스카로서 최고 출력 245마력을 내는 2.0L 엔진을 탑재했다.
포르쉐가 랠리 레이스에 나선다는 것이 왠지 어색하게 들리지만 포르쉐는 WRC 무대의 주요한 손님 중 하나였고, 또 퍼포먼스 역시 상당했다. 그리고 현재에도 RGT 클래스에서 911이 출전 중에 있다.
오펠 아스코나 400(그룹 B)
흔히 ‘미친 놈들의 전성 시대’라 할 수 있던 그룹 B 시절의 레이스카다.
발터 뢰를이 그 어떤 랠리 드라이버보다 강렬한 존재였던 이유는 그의 활약 시기가 그룹 B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날뛰는 차량’을 컨트롤 하며 압도적인 기록을 내는 그는 단순히 ‘영웅’ 그 이상의 존재였다.
1982 오펠 아스코나 400은 2.5L 엔진에서 270마력을 내고, 30.5kg.m의 토크를 내는 엔진으로 최고 230km의 속도를 냈다. 독일 대중 브랜드 중 하나인 오펠의 기술이 집약된 이 차량은 아마도 GM에게 하여금 오펠 브랜드를 탐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 차량의 공차 중량은 당시 규정에 맞춰 1,010kg 수준이다.
란치아 랠리 037(그룹 B)
란치아 랠리 037은 앞서 살펴몬 아스코나 400과 같이 그룹 B 시절의 레이스카다.
그룹 B 차량들은 지금도 리미트만 해제하면 1,000마력을 찍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술적 극한의 시대를 달리던 차량이다. 1983년 WRC 무대를 달리던 란치아 랠리 037은 미드십 구조의 슈퍼차저 엔진을 통해 320마력과30.5kg.m의 토크를 냈다.
흰 배경에 그리고 마티니 감성이 드러나는 컬러링의 차체는 단 980kg에 불과해 발터 뢰를의 컨트롤에 현란한 퍼포먼스를 과시했었다. 참고로 당시의 랠리카는 AWD 시스템이 아닌 후륜구동을 채택해 더욱 강렬한 드라이빙을 과시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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