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연합회, 건립안 제출에
종로구청 절차상 이유로 반려
홍익대 소녀상 설치도 무산
3ㆍ1절을 맞아 일본대사관 앞에 징용 노동자상을 세우려던 시도가 절차적인 문제로 연기됐다. 일본 언론은 설치 신청이 ‘불허’됐다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시민단체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이하 피해자연합회)는 3ㆍ1절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연기했다고 1일 밝혔다. 피해자연합회가 지난해 말 종로구청에 일본대사관 앞 노동자상 설치 방안을 제출했지만 구청은 지난달 22일 반려 결정했다.
피해연합회에 따르면 구청의 반려 결정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이유 때문이다. 장덕환 피해자연합회 사무총장은 “구청 측은 노동자상이 도로를 점유할 수 있고, 노동자상과 관련된 다른 단체나 소녀상을 세우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반려 이유로 들었다”며 “노동자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구청 측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논의 과정에서 일본과의 외교적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연합회는 7일 종로구청장을 직접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노동자상 설치 연기에 대해 일본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일 “한국 시민단체가 일본대사관 앞 도로를 관리하는 종로구청에 노동자상 설치 허가를 신청했으나 ‘불허’됐다”고 전하며 “단체는 자세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지난해 광복절에도 민주노총이 서울과 인천에 징용공상을 세운 것에 대해 “(민주노총이) 여론에 이해를 얻기 쉬운 문제를 다룸으로써 지지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며 노동자상 설치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피해자연합회는 3ㆍ1절 설치가 수포로 돌아가긴 했지만 설치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연합회 관계자는 “현 정권은 노동자상 설치에 아주 협조적”이라며 일본대사관 외에 국회 앞, 광주역 광장,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자상은 가로 세로 2m, 높이 3m의 조형물로 일본에 강제 징용됐던 노동자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한편, 이날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서 예정됐던 평화의소녀상 설치는 학교와 학생 측 반대로 일단 무산됐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설치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아 3일까지 소녀상 설치 위치를 묻는 학생 설문조사를 하겠다”라며 “그 결과에 따라 소녀상이 설치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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