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생존 위기 상황서도
노조는 “해외 매각은 안 돼” 고수
한계 기업 구조조정은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기업 임직원과 해당 지역엔 당장 ‘사형선고’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구조조정을 전화위복으로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고통분담과 명확한 대안제시가 필수다. 하지만 일자리를 앞세우는 정부 기조에 기대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는 노조와 선거 등을 앞두고 대안 없는 비판만 남발하는 정치권은 합리적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또 다른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전날 채권단으로부터 한 달의 유예기간을 얻어 낸 금호타이어는 노조는 1일 소식지를 내고 채권단이 염두에 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거듭 반대했다. 노조는 “채권단이 해외매각 추진 중단 의사를 보이지 않으면 노사 자구안을 백지화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009년 이른바 ‘쌍용차 먹튀’ 사태나 최근 GM의 군산공장 폐쇄 같은 외국 자본의 횡포를 우려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국내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문제다.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끝까지 ‘조건부 동의’ 카드를 놓지 않는 노조의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광주 금호타이어 본사를 방문해 “기술만 뽑아가고 국내 공장이 문 닫으면 지역 경제와 일자리, 협력업체까지 다 무너진다”고 강조한 당시 국민의당 지도부 등 정치권 역시 뚜렷한 대안 없이 구조조정 결단을 늦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 달 뒤에도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GM 사태에서도 민주평화당 GM군산공장폐쇄 특별대책위원회가 군산공장을 방문해 “군산이 외환위기 수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고 바른미래당은 국정조사 추진에 나섰지만 문제 해결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ㆍ13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상반기는 애초부터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시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역점 정책으로 내건 상황에서 정부 통제 아래 있는 국책은행이 급격한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걸 기대하기도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모든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차선책이 구조조정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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