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지지 총기협회와도 각 세워
이민자 문제도 이틀 만에 말 바꿔
美 실제 입법까지 갈 지는 불투명
“이제 때가 됐다. 우리는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미국 내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다 강력한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는 규제 방안은 소속 정당인 공화당과 강력한 지지기반인 미 총기협회(NRA)는 반대하고, 반면 야당인 민주당이 지지하는 것이다. 당연히 미 의회 의원들은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장에도 불구,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지도부는 새로운 규제에 소극적이어서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총기 구매 가능연령 상향(18세→21세) 상향, 범프스탁(반자동소총을 자동소총으로 개조하는 도구) 불법화 등 강력한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TV로 생중계 된 이날 회의에서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플로리다 고교 총기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위대한 무언가를 통과시키길 원한다. 나에게 위대한 무언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013년 초 민주당 조 맨친 3세 상원의원과 공화당 패트릭 투미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했으나, 공화당 반대로 좌초됐던 총기규제법에 엄격한 신원확인 절차가 빠진 것과 관련해 “왜 그런지 아느냐. 당신들은 NRA가 두렵기 때문”이라며 NRA와 각을 세우는 듯한 발언까지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공화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을 보였고 민주당 의원들은 반색했다. 대통령 옆 자리에 앉은 존 코닌 공화당 상원 의원은 “트럼프는 독특한 대통령”이라며 “법에 이것 저것 담기보다는 특정한 법안에 집중한다면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희망을 안겨줬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곤경에 놓이게 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입장을 바꿀지 모른다며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 딕 더빈 상원의원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 문제에서도 처음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다가 이틀 만에 돌변한 사례를 소개하며, “48시간 내 그가 마음을 바꿔도 놀라지 말라”고 언급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게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시작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백악관은 뼈대에다 살을 붙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 총무는 “대통령의 발언이 하원의 보수적 역학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도 불구, 법안 개정의 열쇠를 쥔 공화당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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