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성지’ 충남 청양군 물안이마을
태극기 12기 줄지어 내걸고 애국혼 기려
제99주년 3ㆍ1절을 맞아 차령산맥 최고봉인 오서산 자락 산골 작은 마을에 태극기 12기가 줄지어 내걸렸다. 태극기는 마을에서 배출한 애국지사 12명을 추모하는 주민과 유족들의 뜻을 헤아리는 듯 한껏 나부꼈다.
충남 청양군 화성면 수정리 물안이마을.
이 마을에서 애국지사 12명이 나온 건 전국에서도 드문 역사다.
주민들은 이런 자랑스런 선열들을 다시 한번 가슴속에 깊이 기억하자며 깃대 12개를 세우고 태극기 게양식을 가졌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 ▦임승주 ▦임한주 ▦임상덕 ▦임한영 ▦임준호 ▦김용옥 ▦김만식 ▦안두종 ▦윤상진 ▦하래선 ▦임경호 ▦임긍호 등 12명은 모두 물안이마을 주민이었다. 이들은 1919년 3ㆍ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이어 4월5일부터 전개된 화성장터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수정리와 홍성군 장곡면을 잇는 기러기재, 황새봉 등지를 옮겨다니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임한주(1871~1954) 지사는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발발하자 홍주에서 김복한 등과 의병을 일으키고, 1905년 을사조약 체결에 맞서 민종식 의병장등과 함께 홍주성을 점령했다. 임 지사는 당시 군사록을 작성한 뒤 ‘홍양기사’를 엮어 기록으로 남겼다. 1919년엔 영남유림 곽종석 등이 주도한 파리장서 사건(유림세력이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조선의 독립 승인 청원권을 제출하기 위해 벌인 활동)에 가담,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그에게 1983년 건국포장, 1990년 애국장을 추서했다.
임긍호(1901~1964) 지사는 일본에서 수학하다 상해로 망명해 임시정부 교민단의 의경단원으로 활약했다. 임 지사는 국내에 잠입해 독립운동자금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정부는 그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이밖에 임경호 지사는 파리장서를 파리강화회의에 제출하는 특사로 활동하고, 비밀결사단인 동아흥산사의 국내 조직책으로 활약했다.
양근석 화성면장은 “조국을 위해 순국하신 애국지사 열두 분을 기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태극기 게양식을 가졌다”며 “주민들과 함께 내 고장에 서려있는 숭고한 애국혼을 되새기고 이어가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최정복 기자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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