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하와이서 테이블탑 훈련
북한과 개전시 전력•물자 지원
특수부대 땅굴전투 투입 등 논의”
미국 국방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인 지난 주 하와이에서 비공개로 북한과의 전면전 상황을 상정한 전쟁 계획을 점검했다고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군은 마크 밀리 육군참모총장과 토니 토머스 특수전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쟁 상황을 상정한 ‘테이블탑 훈련(TTX)’을 진행했다. TTX는 핵심 장교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여 전쟁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응할 계획과 실행 절차를 토론하는 절차다. 미군 내에선 해마다 다양한 국가와 전쟁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략 8차례 진행되는데, 이번 하와이 점검에선 북한과의 개전 시 미군의 전력과 물자를 북한으로 투입하는 계획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TTX에서는 구체적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 투입된 정찰기들을 북한과 전투하는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해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방안과 한국ㆍ일본에 주둔한 미군의 전쟁 시 운용 방안이 검토됐다고 전했다. 또 특수전 부대를 동원해 북한의 핵 시설을 서둘러 제압하는 방안, 미 육군 최정예 82ㆍ101공수사단이 ‘땅굴 전투(tunnel warfare)’를 맡을지 여부도 논의했다. 북한군이 화학전으로 나올 경우를 대비해 피해 병력을 서둘러 철수시키는 수송 작전도 점검했다.
매티스 장관과 미국의 각 지역 통합전투사령부 사령관들은 4월에도 연례회의를 할 예정인데 이 때도 대북 군사작전을 집중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대화 가능성에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미군이 대북 전쟁계획을 심화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비핵화 의지를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건 반면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훈련은 미국이 대화에 앞서 ‘군사 옵션’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는 걸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트위터로 “군사 해법은 완전히 장전된 상태(locked and loaded)“라고 주장한 이후 미군은 북한과의 전쟁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속도를 내어 왔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이 북한의 핵 봉쇄를 위해 전쟁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며 여전히 외교 해법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을 지켜보던 밀리 참모총장도 “이 전쟁은 현재 생존한 병사 그 누구도 경험한 적 없는 잔혹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군의 한 장성은 개전 첫날에만 미군 병력이 1만명 이상, 민간인은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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