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팬지 폴리틱스
프란스 드 발 지음ㆍ장대익, 황상익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ㆍ344쪽ㆍ1만8,000원
프란스 드 발이란 이름을 세계적 영장류학자로 발돋움시킨, 1982년 처음 발간된 대표작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예외적인 존재라 믿기에 동물의 모든 행동을 그저 별 의미 없는, 본능적인 것으로 낮추어 보려는 경향이 있다. 상대를 모욕하기 위해 그를 동물에다 비유하는 것은 오랜 풍자의 문법이었다. 침팬지박사 제인 구달이 ‘공동체를 이루는 침팬지’를 그려내 그 편견을 깨려 했다면, 프란스 드 발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치하는 침팬지’를 묘사해낸다. 마키아벨리즘은 인류보다 더 빨리 태어났으며 유인원 시절에 이미 충분히 만개했다는 얘기다. 1976년부터 네덜란드의 한 동물원에 들어가 권력을 두고 패거리 짓고 암투를 벌이는, ‘너무나 인간적인’ 침팬지들의 세계를 묘사한 기록이 이 책이다. 워터게이트로 사임한 뒤 땅을 치고 후회하는 리처드 닉슨의 모습을, 저자는 침팬지 사회에서도 찾아낼 수 있었다. 인간 정치와 침팬지 정치간 차이는 그저 얼마나 더 노골적인가 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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