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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지주회사 62곳 수익구조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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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지주회사 62곳 수익구조 파헤친다

입력
2018.03.01 12:3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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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ㆍLGㆍGSㆍ농협ㆍ한진ㆍ삼성ㆍ한화 등 대기업 소속 38개사

칼라일 그룹 SPC 2곳 포함돼 눈길

지배구조 투명화 취지 위해 총수 사익 편취 여부 등 조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지주회사 60여 곳을 상대로 수익 구조 파악에 나섰다. 지배구조 투명화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지주회사가 총수들의 사익 편취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전초전이다.

공정위는 62개 지주회사에 매출 현황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고 1일 밝혔다. 자료 제출 대상 지주회사는 대기업집단 소속 38개사와 기타 지주회사 24개사다. 선정 기준은 2016년 말 현재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인 지주회사다. 자산규모는 5,000억원에 못 미치지만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지주회사 7개도 포함됐다.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에는 SK, LG, GS, 한진칼, 부영, 코오롱,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아모레퍼시픽그룹,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 신세계프라퍼티(신세계), SBS미디어홀딩스(태영) 등 주요 대기업집단이 포함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도 해당된다. 자산규모가 5,000억원 미만인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는 하림홀딩스, 한진중공업홀딩스, 한화도시개발, 대림에너지와 더불어 효성의 수입차사업 지주사 에이에스씨, SM그룹 소속 지주회사 에스엠티케미칼, 게임업체 넥슨 소속 지주회사 와이즈키즈 등이다.

공정위가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타 지주회사의 면면도 다채롭다. 국내 2위 보안업체 ADT캡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사이렌인베스트먼츠코리아, 그리고 사이렌인베스트먼츠코리아의 지분을 100% 보유한 지주회사 사이렌홀딩스코리아가 대상에 포함됐다. 두 지주회사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미국 칼라일그룹이 국내에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반도홀딩스, 대교홀딩스, 농심홀딩스, 웅진, 키스코홀딩스, 홈플러스홀딩스, 골프존뉴딘, 넥센, 한미사이언스, 유라, 팔도 등 교육, 제약, 유통, 건설, 자동차부품에 걸친 다양한 분야의 지주회사도 수익 구조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지주회사는 애초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고 대기업집단의 소유ㆍ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설립이 허용됐다. 그러나 설립 취지와 달리 적은 자본으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악영향이 나타났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가 소속 회사에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적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지배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앞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이 주된 수익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브랜드 로열티, 컨설팅 수수료, 심지어 건물임대료 등이 수익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런 수익 구조가 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그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없는지, 나아가 법ㆍ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공정위가 경제력집중 억제 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선 조치다. 개선이 필요할 경우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 계열사 주식보유비율 상향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소속이 아닌 24개 지주회사는 총수의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아니므로 배당 외 수익에 대한 조사내용을 대부분 제외했다”며 “45일간 자료 작성 기간을 부여한 뒤 4월 중순까지 자료를 제출 받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8월까지 지주회사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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