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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영훈 10주기는 특별했다… 애틋한 축제로 만든 팬들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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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영훈 10주기는 특별했다… 애틋한 축제로 만든 팬들 덕분에

입력
2018.03.01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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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팬클럽 ‘붉은 노을’ 합창

배우 이병헌도 깜짝 무대 등장

이문세 등 가수들도 힘을 보태

미발표곡 담은 앨범 발매 예정

이영훈 작곡가 10주기 추모 공연 '작곡가 이영훈' 스크린엔 이 작곡가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떠 관객을 맞았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영훈 작곡가 10주기 추모 공연 '작곡가 이영훈' 스크린엔 이 작곡가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떠 관객을 맞았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 거죠.”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어둠이 깔린 무대에 한 사내가 이영훈(1960~2008) 작곡가가 만든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불렀다. 긴장한 듯 목소리엔 떨림이 가득하다. 무대에 한 줄기 핀 라이트 조명 빛이 떨어지자 배우 이병헌이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마이크를 꼭 쥐고 서 있다. 객석에선 함성이 터졌다.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깜짝 무대였다. 학창시절부터 이 작곡가를 좋아했던 이병헌은 한 달 동안 이 곡에 매달렸다. 이문세는 “이병헌이 곡 음정을 한 키 올려 달라더니 나중엔 반 키 내려 달라며 한 달 동안 괴롭혔다”며 웃었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부터 ‘이별 이야기’까지. 이 작곡가의 서정적이며 순수한 노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음표를 넘어 누군가의 삶 일부가 됐다. 서로 다른 삶을 살면서도 같은 멜로디에 울고 웃게 만드는 게 명곡의 힘이다.

"영훈 씨, 잘 지내죠?" 가수 한영애는 공연 '이영훈 작곡가'에서 '광화문 연가'를 불러 이 작곡가를 추모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영훈 씨, 잘 지내죠?" 가수 한영애는 공연 '이영훈 작곡가'에서 '광화문 연가'를 불러 이 작곡가를 추모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 작곡가 10주기 공연 ‘작곡가 이영훈’은 그의 음악팬들이 주인공이었다. 다양한 세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른 목소리로 공연을 채웠다. 햅시바 어린이합창단은 뮤지컬 배우 차지연과 ‘보리울의 여름’을 불러 세대를 아울렀고, 무용가 김설진은 몸짓으로 ‘시를 위한 시’ 무대를 꾸려 울림을 더했다. 전제덕은 하모니카로 ‘옛사랑’을 연주해 추억을 돋을새김했다. 이 작곡가의 팬클럽 회원 100여 명은 ‘붉은 노을’을 합창해 공연을 축제로 만들었다.

가수들도 힘을 보탰다. 한영애는 ‘광화문 연가’를, 박정현은 ‘사랑이 지나가면’을 그리고 김범수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각각 불러 이 작곡가의 음악에 새 옷을 입혔다. 이 작곡가 음악 인생의 반쪽인 이문세는 “노래가 금세 잊히는 시대, 그 변화 속에 누군가에 기억되는 음악을 만든 이 작곡가는 하늘에서 뿌듯할 것”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문세가 ‘그녀의 웃음소리 뿐’을 선창하자 관객들이 이어 부르며 이 작곡가에 말을 건넸다.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 공연장엔 3,000여 관객이 몰렸다. 티켓 가격은 팬들을 위해 공연장 대관 규정 최저가인 2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제덕은 공연 '작곡가 이영훈'에서 하모니카 연주로 '옛사랑'의 서정을 복원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전제덕은 공연 '작곡가 이영훈'에서 하모니카 연주로 '옛사랑'의 서정을 복원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무대는 이 작곡가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광화문 연가’ 속 덕수궁 돌담길이 세트로 세워졌고, 스크린엔 그가 연필로 쓴 ‘깊은 밤을 날아서’ 악보가 비쳤다. 공연은 이 작곡가가 유일하게 직접 부른 이 곡으로 시작됐다. 이 작곡가의 아들인 이정환씨는 공연 후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1994년 낸 ‘이영훈 소품집3’에 실린 노래”라며 “아버지가 불렀는데 제 이름을 달고 공개됐다”며 곡에 얽힌 얘기를 처음으로 들려줬다.

유족은 지난달 14일 이 작곡가의 10주기를 맞아 덕수궁 돌담길에 세워진 이영훈의 노래비를 새로 준비하고 있다. 아들이 디자인을 했다. 이 작곡가의 노랫말을 엮은 시집과 악보 집도 나온다. 이씨는 “아버지의 미발표곡 4~5곡을 담은 새 앨범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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