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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브렉시트 초안에 발끈했지만… 대책 없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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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브렉시트 초안에 발끈했지만… 대책 없는 영국

입력
2018.03.0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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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해법 둘러싸고 혼란

EU “대안 없으면 북아일랜드 관세 동맹으로 묶는다”

보수당 하드-소프트 내분 지속에 아일랜드도 회의론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대표가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U 측 브렉시트 조약 초안을 설명하고 있따. 브뤼셀=AP 연합뉴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대표가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EU 측 브렉시트 조약 초안을 설명하고 있따. 브뤼셀=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영국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협상을 앞두고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관세 동맹으로 묶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조약 초안을 내놓자 영국이 “연합왕국의 통일성을 훼손한다”며 반발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28일(현지시간) 브렉시트 조약 초안을 발표하면서 “영국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하드 보더(전면 국경통제)’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를 아일랜드와 관세동맹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르니에 대표는 내년 3월에 영국이 EU를 떠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협상의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영국 정부를 재차 압박했다.

EU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관세동맹으로 묶을 경우 사실상 북아일랜드와 브리튼 섬 사이에 경제적 장벽이 생긴다. 이 때문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의 통일성을 훼손하는 브렉시트 조약 초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메이 총리는 이르면 다음달 2일 영국 측 협상안의 얼개를 제시할 예정이다.

27일 영국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 런던=EPA 연합뉴스
27일 영국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 런던=EPA 연합뉴스

하지만 정치권 내 혼돈으로 북아일랜드 국경을 둘러싼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는 영국 정부가 뾰족한 대안을 내세울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특히 2차 협상을 앞둔 시점에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의 일원인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이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영국 책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 내부 문건이 27일 영국 스카이TV를 통해 보도되면서 런던 정가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존슨 장관은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도 “EU가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볼모로 삼아 협상에서 이익을 보려 한다”라는 주장을 펴며 책임을 EU로 돌렸다. 메이 총리는 “존슨 장관과 나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을 ‘하드 보더’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다.

존슨을 필두로 한 ‘하드’파의 반대편에서는 총리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26일 ‘소프트 브렉시트’론을 들고 나왔다. EU 단일시장은 탈퇴하되 관세동맹에는 잔류하자는 코빈 대표의 제안에 보수당의 ‘소프트’파 정치인들과 기업계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일에는 보수당 출신으로 살아있는 영국 총리 중 최고령인 존 메이저 전 총리가 “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관세동맹 잔류”라는 주장을 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가 28일 런던에서 브렉시트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보수당 출신인 메이저 전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재검토를 포함해 EU와의 협상안에 최종 결정권은 영국 의회가 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가 28일 런던에서 브렉시트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보수당 출신인 메이저 전 총리는 이날 “브렉시트 재검토를 포함해 EU와의 협상안에 최종 결정권은 영국 의회가 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메이 총리를 둘러싸고 ‘하드’와 ‘소프트’진영의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메이 총리의 입장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일랜드의 사이먼 커비니 부총리는 아일랜드 라디오 RTE방송에 출연해 “영국이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난다면서 어떻게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 벽 없는 국경을 유지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유럽의 입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영국으로부터 동의할 수 있는 제안이 나온다면 충분히 동의할 의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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