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연임 철폐 반대여론에 ‘금지어’ 늘어
우회표현이 일상인 중국 네티즌
‘미투’ 검열엔 ‘쌀토끼(米兎)’ 사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를 의미하는 국가주석 연임 제한 철폐안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 정부가 금지 단어를 우후죽순 늘리는 방식으로 토론을 봉쇄했다. 시 주석이 영구집권과 독재를 꾀하고 있다는 비판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아무 단어나 검열하다 보니 한때 알파벳 문자 ‘n’마저 금지 대상으로 전락했다.
빅터 메어 펜실베이니아대 중국학 교수는 26일(현지시간) 대학 팀블로그를 통해 ‘중국판 트위터’인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알파벳 n이 한동안 입력 금지됐다고 전했다. 그는 “아마 ‘연임 n회(連任n屆)’를 금지하려는 과정에서 n 자체가 금지어가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기서 n은 아무 숫자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2회 이상을 의미한다는 게 메어 교수의 관측이다.
중국 네티즌들의 검열과 접속제재 우회를 지원하는 단체 ‘그레이트파이어.org’의 수장인 찰리 스미스(가명) 역시 이 해석이 그럴듯하다며 “검열관들은 마음에 안 드는 글이 있으면 그 글이 빠르게 복사 공유되지 않도록 일단 서둘러 금지어에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토론의 확산을 일단 막기 위해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무작정 금지어를 늘리고 본다는 것이다.
중국 독립언론인 차이나디지털타임스(中國數學時報)는 ‘황제의 꿈(皇帝夢)’ ‘개인숭배(個人崇拜)’ ‘왕좌에 오르다(登基)’ 같은 단어가 금지어 목록에 올랐다고 전했다. 1912년 청을 무너트리고 공화국 대통령이 된 지 3년 만에 황제위에 오른 위안스카이(袁世凱)와 그가 자칭한 연호 홍헌(洪憲)도 금지어가 됐다. 시 주석을 놀리는 별명 곰돌이 푸(小熊維尼)나 만두(包子), 미래형 독재를 예측한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과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도 금지 키워드다.
현재도 중국 네티즌과 검열관 사이에는 쫓고 쫓기는 ‘검열 우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행기를 타다(登機)’는 ‘왕좌에 오르다’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애용됐다가 금지어 목록에 올랐다. ‘디즈니’도 금지어가 됐는데 이유는 곰돌이 푸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검열이 일상인 중국 네티즌들은 우회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최근 우회 표현의 대표 사례로는 올 초 중국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의 우회 표현인 ‘쌀토끼’가 있다. 호주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따르면 1월 1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뤄첸첸(羅茜茜) 박사가 과거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중국서도 ‘미투’가 확산될 조짐을 보였는데, 이를 위험요소로 본 당국의 압박으로 1월 17일 웨이보의 ‘미투’페이지가 삭제됐고, 19일에는 해시태그 ‘미투 인 차이나(#MeTooInChina)’가 일시 금지단어로 지정됐다. 이에 웨이보 이용자들은 미투의 발음에 맞춰 쌀 미(米)와 토끼 토(兎)를 붙여 ‘쌀토끼’ 해시태그를 사용해 ‘미투’를 이어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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