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ㆍ23ㆍ28일에 몰려
섀도보팅 폐지에 파행 우려도
상장사 주주총회 개최일을 분산하려는 금융당국 노력에도 올해 상장사 주총의 절반 이상이 단 3일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총일 분산 목적인 소액주주의 주주권 보호가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과 함께, 섀도보팅(의결권 대리 행사) 폐지에 따라 주총 상당수가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주총 계획을 밝힌 1,283개 상장사 중 702개사(54.7%)의 주총이 3월 22일과 23일, 28일 사흘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주총의 날짜 쏠림 정도를 가늠할 때, 전체 주총 대비 가장 많은 주총이 열리는 3개일 비중을 따지는데 이 수치가 55%에 육박한 것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목표치 48.5%와는 거리가 있다. 금융위는 최근 최종구 위원장이 지난해 70.6%에 달했던 주총 집중도를 일본 수준인 48.5%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12월 결산법인이 3월 말까지 주총을 열도록 한 현행 규정을 고쳐 4월에도 주총을 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를 통해 회원사가 주총 집중 예상일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예탁결제원은 주총 집중일을 피하는 상장사에 불성실공시 벌점 감점, 전자투표 수수료 30% 인하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에는 소집 공고를 낼 때 이유를 따로 밝히도록 했다.
당국의 채근에도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상장사들은 굳이 주총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하는 이유로 재무제표 결산 시점, 장소 대관, 주주ㆍ이사진 일정 문제 등 현실적 문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총을 포함한 주요 경영활동 일정을 전략 신제품 출시일 등을 감안해 사전에 확정해 놓은 상태”라며 “투자자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개최 예정일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 종속회사가 포함된 연결 결산 일정 때문에 주총 집중일을 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주총 분산 개최가 소액주주의 주주권을 보호하고 주총을 실효성 있게 하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주총이 같은 날 집중될 경우 여러 상장사의 주식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일부 회사의 주총에는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결산, 이사ㆍ감사 선임 등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주총을 일부러 집중일에 개최해 요식행위로 변질시켰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특히 올해부터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서 일부 상장사는 주총에서 결정해야 할 안건들을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도 생겼다. 섀도보팅은 투자자를 대신해 주식을 관리하는 예탁결제원이 상장사 요청을 있을 경우 주총에서 찬반 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투표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제도다.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ㆍ코스닥 상장사 중 93개사가 올해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이 무산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주총 집중 개최 현상이 반복된다면 내년에는 199개사, 2020년에는 224개사가 감사 선임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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