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반환” 말만 믿고 줬다가
딜러 잠적으로 소비자 잇단 낭패
매매단지 인근서 차량에 태워
다른 곳 데려가 구입 강요ㆍ협박
값싼 허위매물 유인도 여전

대학원생 김모(28)씨는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고 외제차 무료시승’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안 그래도 외제차를 한 대 마련하고 싶었던 차에 “무료로 3개월 동안 타본 뒤에 마음에 들면 사면 된다“는 제안에 덜컥 넘어간 탓이다. “보증금을 2,000만원 정도 걸어놔야 하는데, 지금 당장 돈이 없으면 우리가 지정하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딜러 말이 께름칙하긴 했지만, 구매를 원치 않으면 언제든 보증금과 이자 전액을 돌려주겠단 얘기에 수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약 두 달이 지난 뒤 터졌다. 시승을 중단하려고 했는데 딜러가 잠적한 것이다. 김씨는 “졸지에 2,000만원에 연 10%가 넘는 이자까지 다 갚아야 할 상황”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찾아 보니 비슷한 형태로 피해를 당했던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거짓 이벤트나 허위매물로 중고차 구매 희망자 등을 울리는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김씨가 당한 것처럼 딜러들이 무료 시승을 미끼로 거액의 보증금을 내도록 한 뒤 잠적하는 게 최근 성행하는 대표적인 수법. 지난해에만 373만대의 중고차가 거래(국토교통부 통계)되는 등 시장이 커지면서 판매자의 눈속임 또한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단순히 금전 피해에 그치지 않는 경우도 많다.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딜러가 중고차매매단지 인근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하더니 자신 차량에 태웠다”면서 “그가 보여준 차량 가격이 높아 안 사겠다고 하니, ‘그러면 차에서 내려줄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놨다“고 말했다. 이씨뿐 아니라 요즘 구매자들 사이에선 “딜러 차엔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이 돌 정도로, 딜러로부터 구입을 강요하거나 협박을 당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다반사다. 한 딜러는 “차에 올라타는 순간 귀가를 볼모로 강권을 당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수법도 여전하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시세보다 저렴한 허위매물을 소개해 경기 수원이나 부천 등 수도권 매매단지 방문을 유도한 뒤, 구매자에게 “인터넷에서 본 저렴한 차량은 이미 팔렸다”거나, “중대 하자를 뒤늦게 발견했다”며 다른 차량 구매를 권유하는 식이다. 자동차사용이력(용도변경 등) 및 사고이력을 고지하지 않는 것도 줄지 않는 수법 중 하나다.
중고차 매매분쟁 전문 임해수 법무사는 “중고차시장에서 파격할인은 있을 수 없다”면서 “적절한 시세 차량을 선택하고, 계약 시 반드시 딜러의 사원증과 명함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무자격 딜러도 요주의 대상이다. “매매단지 입구에서 진을 치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호객꾼들도 있는데, 대부분 ‘한 탕’을 챙겨 떠날 목적의 뜨내기 알선책들”이란 게 딜러들 조언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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