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의 노년은 그렇게 추해야 하는가, 왜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되지 못할까, 그 문제를 고민 중입니다. 2~3년 뒤엔 적당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8일 만난 서울 정각사 주지 정목 스님은 ‘병원 홍보’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에 문을 연 한 정형외과다. 지금은 그냥 병원이지만 앞으로는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심리치료와 호스피스까지, 전 과정을 처방할 수 있는 날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 꿈은 병원장인 김태균 박사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인연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병원 지도법사로 영안실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제대로 된 법당이 없어 보따리 장수처럼 이것저것 싸들고 다니면서 살았다. 그게 딱했던지 의대생 한 명이 목탁 두드리는 일을 자원했다. 김 원장이었다.
이후 연락이 끊겼다. 2015년 정각사 신도에게서 김 원장 소식을 우연히 들었다. 무릎 관절 명의가 됐다는 얘기였다. 다시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뜻을 합쳤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자고. 김 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 의사, 서울대 교수 자리를 내놓고 개업했다. 그리고 정목 스님께 도움을 청했다. 몸은 내가 고칠 테니, 마음은 종교인이 어루만져달라는 것이다.
정목 스님이 병원 일에 관심을 보인 것은 불교도 이제 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믿기 대문이다.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 같은 에세이집으로 유명한 정목 스님은 책으로 얻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전국 강연을 다녔다. 다닐 때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종교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정목 스님은 “이제 ‘불사’라 부를만한, 종교시설을 크게 짓고 하는 일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면서 “그보다는 사람들이 있는 곳, 원하는 곳으로 뛰어드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노인들을 위한 병원도 그 중 하나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한 길로 둘이 가지 말라’ 했습니다. 온 세상에 법을 전하려거든 몰려다니지 말고 각자 다니라는 거지요. 그렇게 하면 온 세상이 법당입니다. 병원도 법당입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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