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는 “비핵화라고 표현된 목표가 없는, 시간 벌기용 북미대화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언급한 북미대화의 ‘적절한 조건’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내퍼 대사대리는 28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핵·미사일 개발의 시간 벌기로 사용해온 전력이 있다”며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중한 대화 기회를 비핵화로 달성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화 이전에 북한의 선제적 행동을 주문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북한이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보다 의미 있고 진지한 입장을 표명한다면 미국은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보일 때까지 대화로 가는 길은 어려울 것”이라고 북한의 핵 폐기를 재차 요구했다.
북미 간 대화로 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한국이 북한 측에 비핵화의 중요성에 대한 한미의 공통된 입장을 전달하고 북측 입장을 다시 미국에 전달해줄 수도 있다”며 “이런 방식들을 통해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대화에 관심을 갖는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27일 “한국은 (북미 사이에) 중매를 서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됐던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내퍼 대사대리는 “추가 연기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미국이 한국 정부와 동맹국으로서 긴밀하게 협의하는 과정에서 한미연합훈련과 올림픽이 겹치지 않도록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필요(대북 억지력)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식은 한미연합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내퍼 대사대리는 이날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도 강조했다. ‘대북 대화파’였던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은퇴 이후 트럼프 정부에 대북 강경론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 “우리(미국) 정책은 계속 똑같이 유지될 것이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ㆍ조율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ㆍ외교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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