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전 부정선거 혈안 자유당 정권
야당 장면박사 유세 방해하려고
휴일에 등교 지시… 학생들 반발
국가기념일 지정 후 첫 기념행사
2ㆍ28기념공원서 노래비 제막
중앙네거리 등서 2ㆍ28민주운동 거리행진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인 2ㆍ28민주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첫 기념일인 28일 대구 곳곳에서는 2ㆍ28정신을 계승하는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2ㆍ28기념중앙공원에선 노래비 제막식이, 콘서트하우스부터 2ㆍ28기념중앙공원까지 민주의 횃불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2ㆍ28민주화운동 재연행사가 열렸다. 또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주관으로 기념식이 이어졌다.
재연행사는 2ㆍ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이날 낮 12시30분 콘서트하우스 일대에서 시작했다. 재연행사엔 58년 전 1960년 2월28일 당시 운동에 참여했던 경북고, 대구고, 경북대사대부고, 대구상고(상원고), 대구농고(대구농업마이스터고), 대구공고, 경북여고, 대구여고 등 8개교에 다니는 재학생 800여 명이 참석했다.
2ㆍ28민주운동은 당시 자유당정권이 야당후보의 선거유세를 방해하려는데 격분한 학생들이 분연히 일어나면서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장면 박사가 2월28일 일요일 대구에서 선거유세를 하기로 하자 참가자 수를 줄이기 위해 지역 중고생들에게 갑자기 등교지시를 내렸다. 8개교 학생들은 일부 교사들의 만류 속에 거리로 뛰쳐나와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민주화의 성화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3월15일 경남 마산에선 투표함 바꿔치기, 사전투표 등 3ㆍ15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과 경찰의 유혈충돌 등 3ㆍ15의거가 일어났다. 결국 4ㆍ19 혁명으로 이어졌고 이승만과 자유당정권은 몰락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당시 선배들이 입었던 옛 교복 차림으로 자유당 정권의 선거부정에 항의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연했다. ‘한국민주운동의 효시’, ‘최초의 대한민국 민주운동’, ‘민주 혁명의 출발’ 등 피켓과 민주의 횃불, 대형 태극기, 교기 기수단 행렬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학생들은 고대하던 봄비가 대지를 적시는 가운데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2ㆍ28기념중앙공원까지 약 1.5㎞ 거리를 행진하며 2ㆍ28정신을 되새겼다.
중구 공평동 2ㆍ28기념중앙공원에선 ‘2ㆍ28찬가 노래비 제막식’이 열렸다. 2ㆍ28기념중앙공원은 중앙초등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수성구 만촌동으로 이전한 후적지에 조성한 도심 소공원이다. 노래비는 미래세대인 청소년층의 관심 고조와 시민들의 민주의식 고취, 2ㆍ28정신 계승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 언론계, 경제계 등에서 모금한 건립 후원금 1,650만원으로 설치됐다. 가로 1.4m, 높이 1.8m, 오석과 화강석, 고흥석 재질로 만들어졌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선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요인과 권영진 대구시장, 학생 시민 등 1,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식은 ‘2ㆍ28 대구, 민주주의 뿌리’를 주제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특성을 살려 뮤지컬형식으로 진행됐다.
노동일 2ㆍ28기념사업회 대표는 “국가기념일로 지정 후 열린 첫 기념식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며 “결연히 일어섰던 그날의 주역들이 계셨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오늘이 있었던 것처럼 21세기 역사의 주인공인 오늘날의 학생들이 앞으로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꿔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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