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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르신이 거처에서 보살핌 받는 나라를 위하여

입력
2018.02.28 16:1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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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한동네에서 동고동락하던 이웃 어르신 중 한 분은 치매에 걸려 요양원으로, 다른 한 분은 서울에 있는 딸네 집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같은 사연은 노부모에게 불안함을 주고, 중장년의 자녀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는 걱정을 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 치매에 걸리는 등 몸이 아프면 정든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 가야지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2008년 ‘돌봄의 제도화’를 목표로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어르신에게 신체활동, 가사활동, 인지활동 지원 등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2017년 12월 기준 전체 노인 인구의 8%인 58만5천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고, 장기요양기관은 2만여개에 이른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수급자 수는 약 2배, 기관수는 약 5배나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제도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이나 곳곳에서 성장통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애틋한 부모의 마음과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 등 어르신이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걸 포기하고 요양시설, 요양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난다. 자녀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요양기관을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도 전문성을 갖고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는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실제로 일부 영세한 소규모 민간기관의 과도한 경쟁구조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즉, 서비스 수요자인 어르신과 가족, 그리고 서비스 제공자인 기관 및 종사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2월 13일 공급자, 가입자, 공익위원 대표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인 장기요양위원회에서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그 간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있다. 특히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관 등 지역 내 돌봄 자원과 연계하여 지역사회 중심 통합적 이용체계(community care)로 전환해, 어르신이 이웃과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또한 공공성이 담보된 양질의 서비스 제공 기반을 조성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안정적인 보험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담겨있다.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개개인의 상태와 욕구에 따라 적정 서비스 이용을 안내하는 ‘케어매니지먼트(Care management)'의 도입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장기요양기관의 전문인력이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의 건강상태, 의료욕구, 생활환경 변화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르신에게 적합한 재가서비스를 연계하여 무분별한 요양시설 입소를 방지하고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적합한 어르신을 위하여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립 요양시설을 확충한다. 만성 중증 수급자로서 병원 의료서비스 이용이 부적절한 어르신이 요양시설에서 체계적인 의료·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요양실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장기요양 종사자에 대한 고충상담, 취업연계 등을 지원하는 ‘장기요양요원 지원센터’를 전국에 확대하여 종사자 처우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래서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은 모두를 위한 계획이다.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치매국가책임제’와 함께 ‘사람 중심의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큰 그림의 퍼즐을 완성하기 위한, 중요한 조각이기도 하다. 제2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해, 앞으로 우리 모두가 나이가 들고 몸이 다소 불편해져도 가족, 이웃과 함께, 원래 살던 곳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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