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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미투로 시작한 미국, 이젠 ‘타임스업’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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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미투로 시작한 미국, 이젠 ‘타임스업’ 물결

입력
2018.02.28 15: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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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우리도 늘 당한 현실”

여성 농장노동자단체 편지 반향

블루칼라 등 여성 전반 연대 확산

윈프리도 “새로운 날 올 것” 연설

올해 1월1일자 뉴욕타임스에 발표된 ‘타임스업’ 운동 선언문. EPA 연합뉴스
올해 1월1일자 뉴욕타임스에 발표된 ‘타임스업’ 운동 선언문. EPA 연합뉴스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 대한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촉발된 미국의 미투(Me Too) 운동은 올 들어 ‘타임스업(Time’s upㆍ한 시대가 끝났다)‘ 운동으로 진화했다. 남성 명망가들에 대한 개별 여성들의 성추행 폭로를 넘어 블루칼라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이고 제도적인 성폭력 문화 전반을 개선하는 사회 운동으로 진일보한 것이다.

일단 진원지는 할리우드였다. 미투의 도화선이었던 와인스틴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지만, 어느 분야보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서 성 상품화와 성추행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들이 뒤늦게 폭로를 하거나 성 평등을 주창하는 데 대한 부정적 시선이 없었던 게 아니다. 이 업계의 성 상품화에 여성 자신도 화려한 성공을 위해 동참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이들의 엄청난 재력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런 엇갈린 시선 속에서 지난해 11월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한 장의 편지가 적잖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라틴계 여성 농장노동자 단체 명의의 ‘자매들이여’로 시작되는 편지였다. “당신들의 산업에 만연한 문제를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슬프게도 그건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실이어서 놀랍지 않다”며 여성 농장노동자들이 당하는 침묵 속 고통을 전했다. 이들은 생계 유지에 대한 부담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그러면서도 할리우드 여성들의 폭로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느끼는 상처와 혼란, 고립, 배신감을 이해한다”며 “당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달라. 우리는 당신들을 믿고 함께 설 것”이라고 연대를 선언했다.

이 편지는 할리우드 인사들이 할리우드를 넘어 여성 전반의 연대를 추동케 하는 동력이 됐다. 올 1월1일 300명의 유명 배우, 작가, 감독, 프로듀서, 엔터테인먼트 경영자 등은 전국의 블루칼라 여성들과 함께 구조적인 성폭력과 싸우겠다는 ‘타임스업’ 운동을 선언했다. 기부를 통해 모은 1,300만 달러 기금으로 블루칼라 여성들의 법률 소송 비용을 지원하고 성폭력을 방관하는 회사들을 처벌하는 등의 입법화 운동에 나서며 직장 내 성 평등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타임스업 운동은 지난달 7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명 배우들이 여성 활동가들을 동반해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지지 의사를 쏟아내면서 본격적인 의제로 부상했다. 특히 이 시상식에서 오프라 윈프리가 “새로운 날이 올 것이다”며 ‘타임스업’을 외친 연설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그를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케 했다. 이 운동은 한 시대를 격동시킬 채비를 갖추고 이미 출발선을 넘은 상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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