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이라는 단어는 영국 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필딩의 작품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에 처음 등장한다. 1749년 출간된 이 책에서 필딩은 대지주 집안의 양자가 된 주인공 톰이 말을 타고 5개의 울타리를 뛰어 넘는 등의 운동기량을 보여 양아버지를 흡족하게 했던 것을 가리켜 이 단어를 사용했다. 지금은 ‘스포츠맨십’이 운동선수의 태도나 자질 등 윤리적 의미로 주로 쓰이지만 스포츠가 귀족의 전유물이던 당시 영국에서는 기술적 역량이 높다는 뉘앙스가 강했던 것 같다.
▦ 스포츠맨십에 ‘운동 경기에서 정정당당하고 공정하게 승부를 겨루는 정신’이라는 의미가 정착한 것은 스포츠가 대중화한 20세기 들어서다. 어느 종목이나 이 정신을 강조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선전했던 컬링의 경우 경기 규칙 전문에 이를 명기한다. “진정한 컬링 선수는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그가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부당하게 이기기보다 패배를 택할 것”이라며 “컬링 정신은 선량한 스포츠맨십, 친절한 마음과 올바른 행동”이라고 했다.
▦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미국에 석패한 뒤 시상식에 오른 캐나다 선수가 패배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목에 건 메달을 벗어버려 구설에 올랐다. “스포츠맨십 없는 캐나다인에 실망했다” “좀더 겸손해져 아이들의 모범이 돼라” 등 비난이 쏟아졌지만 “은메달 벗어버린 걸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중학교에서 운동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 것” “은메달은 결승전에서 졌기 때문에 받았다는 선수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동정론도 없지 않았다.
▦ 캐나다 선수는 결국 다음날 성명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그는 “경기 결과에 너무 낙담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아이들의 모범이 되고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팀 추월의 한국팀 경기 행태가 두고두고 논란이다. 상대와 경쟁도 아니고 팀원끼리 협동과 배려를 무시한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빙상계의 구조적 문제라면 개선이 절실하다. 다만 선수를 향한 거친 비난은 자제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젊은 그들이 부족했던 스포츠맨십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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