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진교 등서 기습시위
북한 대표단 역주행해 충돌 피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이 마지막 날까지 숙소에서 갖는 ‘은둔 회담’ 방식을 고수한 뒤 27일 북으로 귀환했다. 자유한국당은 북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기습시위를 벌였으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출발, 5분 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환했다. 2박 3일 방남의 마지막 일정으로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정부 당국자와 호텔에서 한 시간가량 조찬을 하고서다.
대표단은 CIQ에서 방남 소감, 북미대화 선행조건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부위원장만 CIQ를 빠져나가며 흡족하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했다. 이들의 배웅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맡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출경장에서 남북 당국자들이 서로를 향해 ‘고생하셨다’며 인사했다.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대표단은 오전 10시 30분쯤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을 빠져 나와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로 진입했다. 비슷한 시각 한국당은 북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기습시위를 벌였다. 통일대교 상행선에는 김성태 원내대표 등 10여명을, 북측 대표단이 방남 당시 한국당 시위를 피하기 위해 우회로로 활용했던 전진교에는 주광덕 의원 등 30여명을 배치해 귀환을 저지하고자 했다.
시위대에 막혀 통일대교 상행선 진입이 어렵다는 소식에 북한 대표단을 태운 차량은 임진각관광지인근에서 차량을 돌렸다. 이어 하행선으로 이용하는 통행로 약 1㎞ 가량을 역주행 해 통일대교에 진입하며 시위대와의 마찰을 피했다. 시위에 참여한 김 원내대표는 “들어올 땐 개구멍으로 들어오더니, 나갈 땐 역주행해서 나간다”고 비난했다.
대표단은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가 후 줄곧 호텔에서 칩거했다. 일정도 사후에야 공개됐다. 26일부터 이틀간 통일부 장ㆍ차관을 비롯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호텔을 찾았다. 숙소가 사실상 남북 고위급회담장으로 이용된 셈이다.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논란의 인물인 만큼, 만에 하나 충돌을 막고자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의 로키(low-key) 행보와 관련, “북측의 요청은 아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그렇게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파주=통일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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