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이 최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을 씻고 ‘저녁이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정안은 최대 쟁점이던 휴일근로수당은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도록 했다. 공무원,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던 법정공휴일 유급 휴무제를 민간 분야로 확대하고, 사실상 무제한 근로를 허용해 온 특례업종을 현행 26종에서 운송ㆍ보건 등 5종으로 크게 줄였다. 기업 규모별로 노동시간 단축 시기를 차등 적용하되 30인 미만 기업에는 2022년 말까지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했다. 여야가 노동계, 재계의 요구를 두루 감안해 쟁점 별로 적절히 양보와 타협을 한 결과다.
노동시간 단축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고, 최악의 청년 실업난 속에 신규 고용을 창출하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이런 당위에도 불구, 노동시간 단축이 초래할 후유증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ㆍ영세 기업의 고통 가중이 우려된다. 지금도 구조ㆍ만성적 구인난에 시달리는데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공휴일이 유급 휴일이 되면 비용 부담과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기본급은 적고 수당이 많은 중소ㆍ영세 기업의 임금체계 특성상 노동시간 단축이 오히려 직원 임금 하락으로 이어져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하고 대기업과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ㆍ영세 기업이 직면할 인력ㆍ비용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할 정책적 지원 방안을 수립해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저임금 문제에서도 확인됐듯이 차제에 정부가 중소ㆍ영세 기업 임금체계 개선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휴일근로수당 200% 할증을 요구해 온 노동계로서는 불만이 클 것이다. 그러나 공휴일 유급휴일화, 특례업종 축소 등은 노동계에 유리한 내용이다. 노동계는 100% 요구 관철만 고집하며 각을 세울게 아니라 중소ㆍ영세 기업의 고통까지 감안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노동계가 법 개정안을 구실로 어렵게 성사된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논의에서 이탈하는 등의 극단적 행위는 자제하리라 믿는다. 차제에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의에서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