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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달라도… 아랍권에 여권 신장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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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달라도… 아랍권에 여권 신장 훈풍

입력
2018.02.27 18:1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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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와 차별 꾀하는 쿠르드 세력

시리아 북부서 이혼권 등 부여

사우디에선 “경제 체질 개혁”

軍에도 여성 입대 가능해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부장제는 이제 정말 끝났어요.”

시리아 북부 만비지 지역에서 여권 운동을 펼치는 실란 셔무즈(여)는 아랍 남성 라드완(30)의 이야기를 전하며 미국 뉴욕타임스에 이 같이 말했다. 라드완은 두 번째 부인 아미라와 이혼 후 결혼 지참금 뱐환을 놓고 아미라 가족과 분쟁 중이다. 이슬람 관습법 샤리아가 지배하던 시기라면 이혼을 하면 지참금을 돌려 받는 게 원칙인데, 옛 처가 가족들이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27일 뉴욕타임스는 보수적 율법을 강조하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떠난 뒤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에서 여권 신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들이 남성에게만 있던 이혼할 권리를 획득했고, 이혼 후에도 집과 자녀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 남성과 동등하게 재산을 상속 받을 권리도 생겼고, 많은 여성들이 경찰, 법정, 민병대 등에서도 일하게 됐다.

쿠르드 민병대 여성조직 YPJ 대원들. 더쿠르디쉬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쿠르드 민병대 여성조직 YPJ 대원들. 더쿠르디쉬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쳐

시리아 북부의 여권 신장은 IS와 차별화를 꾀하는 쿠르드 분리독립 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 때문이다. PKK의 이념적 지도자인 압둘라 오잘란은 여성 혁명을 주장하고 있다. 오잘란은 “여성이 자유롭지 못한 것은 인류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쿠르드 민병대는 산하에 여성 조직(YPJ)을 두고 있다. 미국 지원을 받은 시리아민주군(SDF)이 지난해 10월 IS의 근거지 락까를 탈환할 때 총지휘를 맡은 이도 YPJ의 로자 펠라트였다.

압둘라 오잘란 트위터
압둘라 오잘란 트위터

물론 아랍 전통을 고수하려는 일부 지역에서는 PKK가 추구하는 여성 혁명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바니에서는 남성이 한 명 이상의 아내와 결혼하는 관행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거주민 대부분이 아랍인인 만비지에서는 여전히 중혼이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만비지에서도 ‘여성의 집’ 상담을 거쳐 지난 한 해만 200쌍이 이혼했다. 여성의 집의 조사 연구원이자 사회학자인 위다트 하야트는 “우리 예상을 뛰어넘은 수치”라며 “대부분 일부다처제의 불만과 미성년 신부의 결혼 사례”라고 설명했다.

여성권리가 보장되는 수준은 다르지만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여성들에게 처음으로 축구 경기장 입장이 허용됐고, 이달에는 사우디 최고종교기관인 ‘원로종교위원회’ 소속 성직자가 여성의 전신을 가리는 복장 ‘아바야’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올 6월부터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이 발급돼 여성이 더욱 독립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사상 처음으로 군에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다음달 1일까지 접수 받는 리야드와 메카, 메디나 등 지역에서 복무할 병사 지원자격에 여성이 추가됐다.

사우디 여권 신장의 원동력은 ‘미래권력’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강력한 의지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내건 ‘비전2030’은 석유 수출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고려한 경제 체질 개혁안이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젊고 유능하지만 율법과 사회 분위기에 가로막혀 사회진출을 못하던 여성 인력에 주목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사우디 여성 대졸자는 10만5,494명으로 남성(9만8,210명)보다 많지만,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여성 실업률은 34.5%에 이르러 남성 실업률의 7배다. 20% 남짓한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2030년까지 30%까지 올리는 게 사우디 정부의 목표다.

실제로 CNN에 따르면 과거 여성 접객원은 미용용품 등 여성 고객이 드나드는 매장에만 허용됐지만, 최근에는 남성 직원ㆍ고객과 분리시킨다는 전제 하에 안경점이나 약국 등에서도 근무하고 있다. 런던국제전략연구소의 마문 판디 소장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경제개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직업 윤리가 필요하며 (사우디의 경우는) ‘온건 이슬람’이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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