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중화ㆍ애국주의 열풍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초강대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망과 기대를 잔뜩 부풀려온 시진핑 지도부가 이를 개헌몰이에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중국 관영 인민망과 신화통신, 북경청년보 등에 따르면 2012년 시 주석이 집권한 이래 지난 5년간 거둔 성과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영화 ‘대단한 우리나라’(厲害了 我的國)가 내달 2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된다. 관영 CCTV와 중국영화유한공사가 공동제작한 이 영화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경제ㆍ사회ㆍ과학분야 발전상을 대대적으로 과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민망은 “2012년 제18차 중국 공산당대회 이후 달성한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역사적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에 작년 제19차 당대회의 정신과 결합한 조국 발전상을 영화 형식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시진핑 찬양가’에 다름아닌 이 영화의 전국 동시개방 일자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직전이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전인대에서 논의될 개헌안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명기하고 국가주석의 3연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을 마오쩌둥(毛澤東)의 반열에 올리고 2022년 이후까지 장기집권을 보장하는 개헌안 논의 과정이 중화ㆍ애국주의로 포장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선택한 셈이다.
이런 기류는 사실 지난해 19차 당대회 직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다. CCTV는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집권 성과를 다룬 ‘초심을 잃지 말고 계속 전진하자’는 7부작 특집을 저녁 황금시간대에 방영했고, 주요 지방매체들은 최근까지도 이를 반복해 방송했다. 민간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전랑(戰狼)2를 비롯해 홍해작전과 스카이헌터 등 애국주의 영화 열풍이 한창이다. 관영매체들은 국가주석 3연임 제한 철폐 개헌에 대해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할 강력한 리더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관이 주도하고 민간이 호응하는 중화ㆍ애국주의 열풍이 자연스럽게 ‘시황제 대관식’으로 이어지는 듯한 모양새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정당화하는 핵심 논리는 ‘미국에 맞서는 초강대국이 되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본질적으로 중화 중심주의에 기인한다”면서 “중국 지도부는 영화시장을 포함한 문화ㆍ예술분야의 애국주의 열풍을 시 주석의 장기ㆍ독재체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한편 앞으로 상당 기간 이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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