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
“엄청난 권력남용 있었다” 주장
합의된 관계였다는 입장 뒤집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스캔들로 유명한 전직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44)가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엄청난 권력 남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르윈스키는 26일(현지시간) 대중잡지 ‘배너티 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할리우드에서 시작해 세계 각 분야로 확산 중인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 운동을 계기로 “새로운 렌즈를 통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관계를 들여다보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4년 전 같은 잡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에 대해 ‘합의한 관계’라고 설명했던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르윈스키는 “44세가 돼서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이라는 엄청난 권력 차이의 함의를 생각해 보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의라는 생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관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르윈스키는 “그는 내 상사였고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한 남성이었다. 또 나보다 27세나 연상이었고 충분한 인생 경험도 있었다”며 “이제서야 우리 둘이 동의의 문제가 제기되는 지점까지 이른 것이 얼마나 문제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 상황으로 가기까지는 부적절한 권력과 지위, 특권 남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역시나 매우, 매우 복잡한 일”이라며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르윈스키는 사생활 공개와 이로 인해 배척당한 경험으로 수년 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이어 미투 운동을 이끄는 한 용감한 여성으로부터 "당신이 너무나 외로웠을 것 같아 안쓰럽다"는 메시지를 받은 사연도 소개했다.
르윈스키는 또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수사했던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와 지난해 12월 뉴욕의 한 레스토랑서 만났다고 밝혔다. 스캔들 이후 처음으로 마주한 스타 전 특검이 계속 자신의 팔과 팔꿈치를 만지며 “잘 지내느냐”고 물어 불편했으며, 그에게 20년 전 특검팀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도 괴롭히고 공포로 몰아넣은 사실을 상기시켰다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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