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처음으로 대화 원해…
무슨 일 일어날지 두고 볼 것”
북한에 비핵화 의지 요구 공 넘겨
전임 정부 대북 정책 일일이 지적
“25년 대화했지만 아무일 없어”
‘최대한의 압박’ 효과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북미 직접 대화와 관련해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right conditions)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가 전제돼야 북미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 용의를 밝힌 이후 처음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한과 협상했던 전임 정권들이 모두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왔다”면서 “(그래서)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압박 발언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운을 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right conditions)’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먼저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방안을 내보여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회담이 열리기 전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AFP통신은 “미국 정부는 어떠한 회담이라도 열리기 전에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향한 조처를 하라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지 H.W. 부시·빌 클린턴·조지 W.부시·버락 오바마 정권을 일일이 거명하며 대북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과거 정권과 차별화된 최대한의 압박작전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주장을 부각시키면서 비핵화 전제 없는 대화는 실패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그는 “내가 여기 오기 전에 다른 대통령들이 이 문제를 오래 전에 해결했어야 했다”면서 “그들은 25년 동안 대화를 해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느냐? 아무 일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클린턴 정부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썼다”면서 “수십억 달러를 그들(북한)에 줬다. 그들(클린턴 정부)은 그들(북한)에게 뭔가를 지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가 체결된 다음 날부터 그들(북한)은 핵 연구를 시작했고 계속했다”면서 “그것은 끔찍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버지와 아들 2대에 걸친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둘 다”라고 혹평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는 그것(북핵 문제)이 이 나라가 가진 단 하나의 최대 문제라고 나에게 말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보다 그때가 (문제 해결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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