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하고 한 달 10만원씩
12년 동안 원금만 1500만원 육박
“당장 수익률보단 꾸준한 투자를”
5년 평균 수익률 22% 달하기도
미래에셋 등 경제캠프 운영하고
메리츠는 보고서에 용어 해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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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예정인 예비 학부모 진모(36)씨는 지난주 아이 이름으로 어린이펀드 계좌를 개설했다. 지금부터 대학 등록금을 조금씩 모은다는 생각으로 매달 10만원씩 적립하고 명절에 친척들로부터 받는 용돈도 일부 펀드에 집어넣도록 할 계획이다. 진씨는 “한 달에 10만원씩만 적립한다고 해도 12년이면 원금만 1,500만원 가까이 된다”며 “오랜 기간 묶어둬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상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펀드가 ‘수익률과 경제교육’ 두 가지를 무기로 학부모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길게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흔들리기 쉬운 종목보다는 오랜 기간 가지고 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상품이 주를 이룬다. 펀드 운용사가 어린 고객의 눈높이에 맞게끔 쉽게 풀어 제공하는 운용보고서를 통해 일찍부터 투자 상식을 키울 수 있고 경제캠프 등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5년간 수익률 21.9%… 길게 보고 투자하자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24개 어린이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21.95%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수익률(21.15%)을 앞서는 수준이다.
어린이펀드는 20세 미만 가입자가 장기간 투자를 통해 대학 등록금, 결혼자금 등 성인기에 필요한 목돈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펀드다.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펀드에 가입한 뒤 만 20세까지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 기간이 12~13년에 이르는 만큼 장기수익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 33.84%, 5년간 수익률 75.75%로 국내 어린이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이 펀드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과 인도의 주요 기업에 분산 투자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10년투자 어린이펀드’는 삼성전자, SK, KB금융, 포스코 등 국내 대형주에 주로 투자해 5년간 48.18%의 수익률을 얻었다. 신영자산운용의 ‘주니어경제박사펀드’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의힘아이사랑펀드’ 등도 5년 수익률이 40%대에 이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이를 위해서 투자하는 상품은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성장이 가능한 시장,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며 “당장의 수익률에 흔들리기보다는 꾸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자와 경제 교육을 한번에
어린이펀드는 대부분 다른 펀드의 ‘자펀드’ 형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일반 펀드와 운용 방식에 큰 차이는 없다. 대신 운용사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가입자의 눈높이에 맞춘 운용보고서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우리아이펀드’ 운용보수와 판매보수의 15%를 청소년금융기금으로 조성, 이를 재원으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초등학교 4~6학년 가입자라면 추첨을 통해 중국 탐방 프로그램인 ‘글로벌리더 대장정’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펀드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우리아이펀드 홈페이지를 통해 경제교실, 스쿨투어 등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엄마사랑어린이펀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 경제상식을 담은 뉴스레터를 제공한다. 지난달에는 3박4일 일정으로 경제캠프를 운영했다. ‘착한아이예쁜아이펀드’를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도 경제 콘텐츠를 담은 어린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어린이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경제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매분기 자산운용보고서를 발행할 때도 어린이펀드는 수익률, 자산현황 등을 나열한 일반 펀드의 보고서보다 쉽게 구성해 가입자인 어린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췄다. 부모와 자녀가 보고서를 함께 읽으면서 경제와 기업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주니어펀드’는 10월 처음 발행한 자산운용보고서에 ‘주식’ ‘코스피’ ‘시가총액’ 등 펀드 용어를 풀어 쓴 해설 페이지를 따로 마련했다. 지난달 발행한 두 번째 보고서에는 다우지수, 상하이종합지수 등 해외 주요지수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보고서마다 주요 투자 기업에 대한 설명을 곁들인 것도 눈길을 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10년투자 어린이펀드’ 운용보고서를 통해 운용기간 동안 발생한 경제 이슈를 편지 형식으로 설명하고 펀드매니저가 경제 상식을 질의응답(Q&A) 방식으로 풀어내는 내용을 담았다.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금융 교육을 받고 경제를 읽는 시각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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