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고발이 종교계로까지 번졌다. 2011년 해외 선교지에서 일어난 수원교구 신부의 성폭행 시도는 이 신부가 진보적 사제였다는 점에서, 사건 이후 현지에서 도움을 호소하는 피해자에게 다른 신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종교계 인사들은 이런 행태가 비단 천주교만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개신교, 불교계 등 각 교단 전반의 성폭력 문제까지 제도적으로 발본색원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미투 고발을 보며 짚고 넘어갈 부분도 없지 않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 중에는 바로 이를 시인하고 사죄와 활동 중단 등을 밝히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 문인, 연극인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들의 예술적 성취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폭로가 사실이라면 피해자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법적 처벌까지 달게 받겠다고 나서는 게 지금까지 쌓아온 명예와 권위를 더 이상 훼손당하지 않는 길이다. 고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지체없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 대중의 의심과 깊은 실망감을 해소해야 할 책임도 있다. 숨어서 시간 가기만 기다리려는 속셈이 아니길 빈다.
무엇보다 미투 운동이 정략적으로 활용돼 극단적으로 ‘정치공작’에 이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 찬물을 끼얹으려는 언행 또한 우려스럽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미투 고발과 관련해 이를 공작에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를 분열시킬 기회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일부 진보 성향 문화ㆍ예술인들의 성폭력 행위가 일방적으로 진보 진영을 폄훼할 소재로 활용되는 단계에서는 경계해 마땅하지만, 이제 막 고발이 불붙은 단계에서 그런 진영논리부터 앞세우는 것이야말로 비본질적 문제 제기이자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미투 고발을 지지해 성폭력 가해자를 비난하는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그럴 수 있지만, SNS등을 통해 가해자 당사자가 아닌 그 가족에게까지 무분별한 비난을 퍼붓는 것도 삼가야 한다. 최근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인과 배우 등의 배우자나 자녀의 SNS 계정에 비난 글이 쏟아져 들어온다니 하는 얘기다. 가해자를 비난하면서 ‘피해자 아빠한테 네 딸 줘라’ ‘네 딸이 당해봐야 고통을 안다’는 폭언도 마찬가지다. 그런 행위 또한 우리 사회가 미투 운동을 통해 지양하려는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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