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70줄 훌쩍 넘겼어도 공부하는 행복은 꿀맛”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70줄 훌쩍 넘겼어도 공부하는 행복은 꿀맛”

입력
2018.02.26 18:30
0 0

정환주(73) 청주 옥산농협조합장

3년 주경야독 농협대 개근 수석졸업

학교발전기금 1,000만원 기부

정환주(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청주 옥산농협조합장이 23일 열린 농협대 졸업식에서 아버지 정세모(95·왼쪽에서 세번째)옹, 부인 송금숙(왼쪽에서 다섯번째)씨 등 가족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씨는 “ ‘사람은 늘 배워야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늦깎이 대학 공부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정환주씨 제공
정환주(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청주 옥산농협조합장이 23일 열린 농협대 졸업식에서 아버지 정세모(95·왼쪽에서 세번째)옹, 부인 송금숙(왼쪽에서 다섯번째)씨 등 가족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씨는 “ ‘사람은 늘 배워야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늦깎이 대학 공부에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정환주씨 제공

70대 현직 농협조합장이 3년 간의 주경야독 끝에 대학을 수석 졸업했다.

주인공은 지난 23일 치러진 농협대학교 졸업식에서 산학경영학부 최우수상을 받은 정환주(73)청주 옥산농협조합장.

해방둥이인 정 조합장이 대학 문을 두드린 것은 칠순을 막 넘긴 2015년. 청주고 졸업 후 충북대를 다니다 도중에 학업을 포기했던 그는 “더 이상 늦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그는 “급변하는 농협경영 환경에 신속히 대처하고 조합을 보다 혁신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농협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의 수업은 칠순이 넘은 그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3년 동안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았고, 언제나 강의실 맨 앞줄에 앉아 학업에 매진했다. 2016년 4월 영농현장에 나갔다가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을 때도 수업은 빼먹지 않았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경기 고양시에 있는 농협대를 가기 위해 새벽 5시 40분에 집을 나서야 했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늘 즐거웠답니다”

이런 노력으로 정 조합장은 전 학기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장학생으로 무사히 학업을 마친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그는 졸업식에서 학교발전기금 1,000만원을 농협대에 기탁했다.

학업과 동시에 정 조합장은 현장 경영에도 수완을 발휘했다. 옥산농협은 2015년 친절봉사 인화단결 사회공헌 업무추진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농협 시상에서 ‘총화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전국 애호박 주산지인 옥산 조합원들의 판매가 크게 증가하면서 최우수 조합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 조합장은 앞으로 1년 코스의 심화과정반을 더 이수해 정규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석사 학위에도 도전할 참이다.

그는 “수업이 있는 토요일 지역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늘 조합원과 지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 동안 익힌 산업이론과 실무를 바탕으로 조합경영 혁신에 힘써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