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구 개혁’ 19기 3중전회 개회
왕치산 국가부주석 기용 초읽기
시진핑, 권한 키우며 힘 실어줄 듯
후춘화ㆍ천민얼 등 차기 주자들은
생존 위한 충성 경쟁 내몰릴 전망

중국 공산당이 26일부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를 시작했다. 사흘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선 특히 시자쥔(習家軍ㆍ시진핑 측근세력)의 좌장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반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확실해지면서, ‘포스트 시진핑’을 노리던 6세대 정치인들은 충성 경쟁에 내몰린 가운데 개별적인 부침도 예상된다.
이번 19기 3중전회의 핵심 안건은 국가기관의 주요 인사와 국가기구 개혁안이다. 3월 초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추인을 받게 될 국가기관 인사 중 단연 관심을 모으는 건 왕 전 서기의 국가부주석 기용 여부다. 올해 70세여서 19차 당대회에서 7상8하(七上八下ㆍ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한다) 묵계에 따라 은퇴했지만, 지난달 전인대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정계 복귀가 확실시되어 왔다. 현재로선 국가부주석으로 부활해 시진핑 2기 체제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왕 전 서기의 거취가 관심사인 이유는 시 주석 권력기반을 강화해온 일등공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아 반부패 드라이브를 주도하면서 시 주석의 정적 제거에 앞장섰다. 시 주석과는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사이인 셈이다. 문화대혁명 때부터 시 주석과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하면서 두터운 신뢰를 쌓았고, 시 주석이 집권한 후에는 측근 그룹의 좌장 역할도 맡아 왔다. 금융 전문가이면서 미국통인 그는 시 주석의 경제ㆍ대외정책을 근거리에서 조언하는 몇 안 되는 정책브레인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왕 전 서기가 국가부주석으로 기용될 경우 사실상 대외정책을 총괄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왕 전 서기가 기용되면 국가부주석 자리에 부여되는 권한과 역할도 대폭 강화할 전망이다. 현행 헌법에선 대외적으로 국가 주석ㆍ부주석이 중국을 대표하지만 공산당 우위 정치체제의 특성상 실질 권한은 당 총서기나 중앙군사위 주석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시 주석으로서는 국가부주석 권한과 역할을 강화해 왕 전 서기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자신의 권력도 공고화할 가능성이 크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신설된 국가주석에 오르면서 국무원 총리 지명권과 국방위원회 주석을 겸했다는 점을 참고해 헌법 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킬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가기구 개혁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가감찰위원회 신설도 왕 전 서기 거취와 맞닿아 있다. 감찰위는 공무원 전체를 반부패ㆍ사정 대상으로 삼는 만큼 당원에 한정된 기율검사위 권한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진핑 2기 체제에서 반부패 드라이브를 더욱 강화할 감찰위를 누가 맡을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인 가운데 왕 전 서기가 감찰위 수장의 조언자가 되거나 아예 전면에서 이끌 것이란 얘기도 여전하다.
반면 차기 대권을 노리던 6세대 정치인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할 상황이다.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 직후 열린 19기 1중전회(지난해 10월)에서 후계자를 지정하는 과거 중국 공산당의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을 깨면서 장기집권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이후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됐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비리 혐의로 낙마하면서 또래 ‘6세대 정치인’들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실제로 정치국 위원에 재선임된 후춘화(湖春華) 전 광둥(廣東)성 서기, 시자쥔의 선두주자인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 등의 경우 최근 눈에 띄는 대외행보가 전혀 없는 상태다. 후 전 서기가 이번에 부총리에 기용되더라도 천 서기와 함께 두 사람 모두 살아남기 위한 충성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왕 전 서기는 중국 내부의 정치적 측면은 물론이고 대미 관계를 포함한 대외 측면에서도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19기 3중전회에서 ‘시진핑-왕치산’ 체제를 강화하는 조치들이 잇따라 나올 것인 만큼 차세대 주자들이 앞으로 상당기간 낮은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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