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국감 증인 채택 막기 위해
2016년 상품권깡 통해 KT에 후원금 내
“법인 후원금인 줄 몰랐다”
발뺌 땐 처벌 어렵다는 분석도
KT 전ㆍ현직 임원들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20명 안팎 국회의원들에게 KT측 불법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압수수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 인원과 기간이 처음보다 늘었다”며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원은) 20명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KT 홍보 대관 담당 전현직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2016년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와 정무위원회(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말 경기 분당 KT 본사와 서울 광화문 지사, 자회사인 KT커머스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대상 임원들을 소환 조사해왔다. 경찰 안팎에서는 불법 자금이 흘러 들어간 여야 의원 가운데 10여명 정도를 주요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KT 측의 이 같은 기부가 당시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고, KT가 주주로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법안과 관련해 로비 목적으로 지불한 대가성 뇌물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KT가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KT커머스 등 자회사를 동원하는 등 조직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초반에는 2016년 위주로 봤지만 KT 측에서 관련 현안을 두고 지속적인 후원을 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금은) 2016년 전후 2~3년으로 넓혀 살펴보고 있다”며 “20대 국회뿐 아니라 19대 국회 의원도 대상이 되기 때문에 (조사 대상) 인원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국회의원이 여러 명 거론되고는 있지만 수사 대상에 직접 해당하는지는 아직 판단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원실을 통해 실제로 돈이 전달됐다 하더라도 의원 측에서 “법인 후원금인 줄 몰랐다”고 발뺌할 경우 법적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정치자금법은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인 후원을 금지하고 있으며 KT 측은 “임원들이 각각 개인 명의로 후원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KT 임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대상 의원들 수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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