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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만에 찾아온 이별… 눈물바다 이룬 남북 자매

입력
2018.02.26 17:0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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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지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 하키팀 선수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지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 하키팀 선수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야속한 이별의 시간이 결국 닥치고 말았다. 떠나는 이들도, 보내는 이들도 기약 없는 작별에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었다.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자 책임자가 와서 버스 탑승을 재촉했다. “언니, 그만 울어요. 안 울기로 했잖아.” “아프지 말고 꼭 다시 만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이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펑펑 울었다. 지난달 25일 진천선수촌에서 서먹서먹한 상태로 처음 만나 함께 훈련하고, 올림픽 경기를 치르며 친자매처럼 하나가 됐던 단일팀은 26일 오전 강릉 선수촌 웰컴센터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북한 선수단이 오전 5시30분에 출발할 줄 알고 일부 우리 선수들은 웰컴센터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오전 7시30분으로 출발 시간이 바뀌자 숙소에 잠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이 시간에 맞춰 세라 머리 단일팀 감독과 김도윤 코치, 레베카 베이커 코치도 배웅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15분 뒤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을 선두로 선수들이 뒤따랐다.

함께한 시간은 한 달 남짓이지만 정이 너무 듬뿍 들었다. 머리 단일팀 감독과 북한의 박철호 감독도 포옹했다. 눈물이 없을 것처럼 보였던 박 감독조차 그 순간만큼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자리를 지켰던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는 “현장에서 도저히 울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북한의 개인 종목 선수는 일찌감치 버스를 타고 있는데 단일팀 선수는 우리 선수와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수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버스로 옮기자 한국 선수들도 버스 창가까지 따라와 손을 흔들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북한 선수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그쪽으로 한국 선수들이 달려가 손을 맞잡았다. 한국 선수들은 버스가 떠나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박종아는 “처음 시작할 때는 이 정도로 정들지 몰랐는데 아쉽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북측 선수에게 직접 적은 손편지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인화해 선물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했는데,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단일팀으로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방금 전 이별을 나눴던 때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최지연은 “다들 정이 많이 들었다. 북측 선수들이 ‘평양냉면 먹으러 꼭 평양에 오라’고 하더라”며 “앞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눈물을 보인 머리 감독은 “3주 정도밖에 안 지냈는데 이런 슬픈 감정이 드는 걸 보면 단일팀이 정말 특별했나 보다”고 설명했다. 단일팀은 평창올림픽에서 비록 5전 전패에 그쳤지만, 남북 자매가 힘을 합쳐 투혼을 펼치던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원길우 북한선수단장은 버스에 오르기 전 한국 관계자들과 악수하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피겨 페어의 김주식은 “오랫동안 다 같이 있었는데 헤어지려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북한 쇼트트랙 윤철 감독은 ‘그 동안 수고하셨다'는 한국 취재진의 인사에 말없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악수하기도 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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