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업만 지칭해야”
“‘떡집 아저씨’를 만났어요”, “우리를 치료해주는 ‘의사 선생님’”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초ㆍ중등학교 교과서에서 발견된 직업 차별적 표현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고 26일 밝혔다. 소방관이나 떡집, 꽃집 주인은 ‘아저씨’라고 지칭되는 반면, 의사는 ‘선생님’이라 표현되는 등 특정 직업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담긴 표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인권위가 경인교육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2017년도 초ㆍ중등 교과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직업에 전문성을 부여하지 않거나 특정 직업을 비하할 여지가 있게 잘못 표현된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에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직업은 여러 가지’라고 소개하면서 ‘예쁘게 머리를 다듬어주시는 미용사’ ‘불을 꺼주시는 소방관’을 열거했는데 유독 의사에 대해서는 ‘우리를 치료해주시는 의사 선생님’이라고 언급했다.
2학년 국어교과서에는 학생이 장래희망을 쓴 명찰을 가슴에 매단 그림이 실렸는데, 꽃집 주인은 ‘꽃집 아저씨’라 명시됐으며 떡집에서 체험학습을 한 장면을 소개한 사진설명에는 ‘떡집 아저씨를 만났어요’라는 설명이 달렸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어떤 직업은 존경 받고 어떤 직업은 아닌 것으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질 수 있다”며 “’아저씨’라든가 ‘선생님’이라는 지칭어를 모두 삭제하고 해당 직업만을 지칭하는 방식으로 수정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연구팀은 이밖에 ▦장애인을 배려 대상 혹은 주변 인물로 묘사 ▦다문화 배경을 가진 학생을 주변 인물로 묘사하는 경우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27일 교육전문가와 교과서 집필 및 출판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를 개최한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