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 도심 속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바로 유리창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조사된 적 없지만 매년 미국에서만 수억 마리 조류가 건물 외벽 유리와 충돌해 죽는다. 이는 인간이 조류 죽음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인공구조물 유리는 건강하고 번식력을 가진 성조뿐만 아니라 어린 새들에게도 매우 위험하며 이러한 위험요소로 인해 조류 개체 수는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같은 조류충돌사고를 막기 위해 미국, 독일 등은 방지조치를 의무화하거나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현행법상 조류충돌 방지대책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자외선 반사 테이프 등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국내외 방안이 소개된다.
국립생태원은 2015년 미국야생조류보전협회가 발간한 ‘조류 친화형 건물 설계’를 바탕으로 작성한 ‘야생조류와 유리창 충돌’ 안내서를 27일 발간한다고 밝혔다.
실제 국내에서도 조류 충돌 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충돌로 인해 야생동물구조치료센터로 구조된 야생조류는 1만6720마리에 육박했다. 이중 4,146마리가 멸종위기종이었다. 전국 야생동물구조치료센터가 파악한 조류충돌 구조개체 건수가 전체 발생 조류충돌건의 5.8%에 불과 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실질적 피해 규모는 클 것으로 보인다.
국립생태원이 조류가 자외선을 인지한다는 사실에 기초해 미국야생조류보전협회가 2012년에 개발했던 건물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충돌방지 효과가 우수한 자외선 반사 테이프를 도입해 원내 일부 건물에 우선 적용했다.
자외선 반사 테이프를 2015년과 2016년 2차례에 걸쳐 국립생태원 7개 건물에 우선 적용한 결과, 시공전 1개월 당 2.6마리에 달하던 야생조류 폐사율이 시공 이후 현재까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자외선 반사 테이프는 4년 이상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 유지관리에도 효율적이지만 현재 국내 제품이 없어 해외에서만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조류는 눈이 머리의 양 옆에 달려 있어 전면의 장애물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기 어려운 신체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조류충돌 방지를 위해 유리창에 무늬(패턴)를 적용하거나 자외선 반사 테이프 부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야생조류가 유리창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독일은 조류가 사람과 달리 자외선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조류가 쉽게 인식하는 유리창을 개발하여 건축에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 사례집은 3월 초부터 환경부 등 유관기관 및 지자체, 주요 도서관 등에 배포될 예정이며, 국립생태원 누리집(www.nie.re.kr)에도 그림파일(PDF) 형태로 공개된다.
이배근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이번 책자가 유리창이 조류에게 주는 위협의 근원과 심각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 도시 계획자, 건축 설계자, 조류 보호자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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