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최일화-김석만도… 문화계 ‘미투’ 확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최일화-김석만도… 문화계 ‘미투’ 확산

입력
2018.02.26 16:51
12면
0 0

성추행 자진 고백 배우 최일화

방송활동 중단, 교수직 등 사퇴

미투 인터넷 게시 10시간 만에

연출가 김석만도 사과문 발표

배우 최일화(왼쪽)와 김석만 연극연출가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ㆍ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우 최일화(왼쪽)와 김석만 연극연출가도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ㆍ한국일보 자료사진

문화예술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불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사과문 발표와 함께 교수 등 자신이 맡고 있는 자리에서 물러나며 반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화 ‘신세계’ 등에 출연한 최일화(59)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은 성추행 전력을 자진해서 밝히고 모든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최 이사장은 26일 소속사 DSB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 또한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성추행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당시엔 그것이 잘못인지도 몰랐던, 가볍게 생각했던, 저의 무지와 인식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성추행을 저질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A씨는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해 “27년 전 극단 신시에 있을 때 (최 이사장이) 성폭행하고 얼마 후 강제로 여관에 끌고 가려 해 소리지르며 저항하자 얼굴을 주먹으로 폭행해 길에 쓰러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최 이사장 측의 해명은 없었다. 최이사장은 방송 활동을 중단하고, 다음달까지 임기인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과 세종대 교수직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

극단 연우무대 대표와 서울시극단 단장,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등을 역임한 김석만 연극연출가도 자신의 과거 성추행 행위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석만 선생, 당신도 이제 멈출 시간이야”라고 시작하는 글이 게재됐다. 폭로자는 21년 전 김 연출가가 자신을 서울 북악스카이웨이로 데려가는 택시 안에서 성적 농담을 쏟아내고 강제로 키스하는 등 성추행 했다고 주장했다. 연락이 닿지 않던 김 연출가는 글이 게재된 후 10시간 만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연출가는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서 부끄럽고 잘못한 일을 저지른 과거를 고백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며 “제 잘못에 대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잘못을 인정하고 학교 측의 허락을 얻어 2학기 동안 무급으로 휴직을 했었다고 덧붙였다.

김 연출가는 최근 국립극장장 최종후보에도 올랐으나 탈락했다. 그는 최종후보 3인 중에서도 유력 후보로 알려져 왔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따르면 지난주 후보 전원에 대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났다. 문체부는 조만간 재공모 절차를 밟는다.

이윤택 연극연출가와 함께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던 전 밀양연극촌 촌장인 하용부 인간문화재도 자신의 잘못을 이날 시인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최근 잇따라 제기된 성추문은 모두 제가 잘못 살아온 결과물로 모든 걸 인정하고 다 내려놓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인간문화재 보유자가 자진 반납 의사를 서면으로 접수하면 심의절차를 거쳐 보유자 해지를 결정한다”며 “현재까지 서면 접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교수시절 성추행으로 교수직에서 해임된 전력이 있는 감태준 시인은 한국시인협회 신임 회장 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새 회장으로 선출된 지 한 달여 만이다.

반면 과거 연희단거리패 단원으로서 성추행 가해자라는 의혹이 일었던 배우 오달수씨는 6일 만에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1990년대 초반의 삶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렇게 30년 전, 20대 초반으로 돌아가 차분히 저를 돌이켜 보았지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유명인의 성추문은 가족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성추행 의혹을 자진 사과했던 뮤지컬 제작자 윤호진 에이콤 대표의 아들인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상처를 주는 행위는 용납 받을 수 없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겠다”며 “가족인 경우라도 달라지지 않으며, 반드시 피해자 분들께서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시고 용서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미술작품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상품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윤 대표의 사과에 소비자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지난 14일 페이스북 자신의 계정에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을 고발하며 공연계 미투 운동의 불을 지폈던 김수희 연출가는 이날 서울시극단의 신진 예술인 양성 프로그램인 ‘플래시 온 창작플랫폼’ 제작발표회에 참가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것에 대한 이의제기였고, 거기에 가장 취약했던 예술계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출가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여성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