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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고통 끝에 오는 만족감이 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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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고통 끝에 오는 만족감이 더 값지다

입력
2018.02.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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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평창올림픽이 끝났다. 메달을 딴 선수든 그렇지 못한 선수든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모든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금메달은 딴 선수는 물론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에게도 큰 박수를 보낸다.

연구에 따르면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동메달 딴 선수가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쉬워하지만, 동메달을 딴 선수는 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동메달을 땄기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이를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라고 한다. 실제 일어난 현실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비교해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메달을 딴 선수는 그렇다 치고,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 심지어 꼴찌를 한 선수조차 경기를 끝내고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우리는 금메달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크다. 좀 나아졌지만 언론은 금메달을 딴 선수를 집중 조명하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관심을 훨씬 덜 준다. 1등이 아니면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일까?

우리 모두 1등과 최고에만 집착한다. 학교에서 줄곧 1등만 한 학생이 2등으로 떨어졌다고 좌절해 자살을 시도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1등에 대한 집착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생각하게 된다.

‘설원의 마라톤’이라는 크로스컨트리 10㎞ 경기를 온 힘을 다해 달리고 거의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한 여자 선수들이 한동안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너무 행복해 했다. 메달과 거리가 먼 이 여자 선수들이 왜 이렇게 좋아할까? 금메달이 최상의 목표였다면, 메달과 한참 거리가 먼 이 선수들이 그렇게 좋아할 이유가 없다. 이 선수들이 행복해 하는 이유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 자기 만족감, 대견함, 자존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티졸은 스트레스가 큰 응급 상황에 빨리 대처하도록 집중력을 높여 주는 호르몬이다. 새로운 자극이나 변화가 생기면 우리 뇌는 보상, 의욕, 행복 등과 관련 있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도 함께 분비한다. 그 새로운 자극과 변화는 물론 스트레스도 포함한다.

크로스컨트리라는 힘든 경기에서 느끼는 신체적 고통과 극심한 피로라는 가혹한 시련으로 인해 분비된 코티졸은 뇌의 선조체에서 도파민과 상호 작용해 만족감과 행복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물질들이 단독으로는 만족감을 제공하지 못한다. 도파민이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만족하려면 코티졸이 필요하다. 즉, 지속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분비되는 코티졸이 필요하다. 필연적으로 불쾌감과 심한 스트레스를 겪어야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쾌감과 불안이 만족을 얻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올림픽 도전뿐만 아니라 모든 도전은 불쾌감과 불안을 일으킨다. 하지만 신체를 극한까지 몰아 부치는 의지, 극도의 피로와 고통이라는 가혹한 시련이 결과적으로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역경과 고통을 겪으면 코티졸과 도파민이 분비되고 상호 작용하면서 만족감은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쉽게 얻은 성과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룬 성취감이 더 큰 만족감을 제공한다.

메달을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남과 비교해 생기는 우월감과 만족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 하지만 내적 동기에서 시작된 자신의 행동 결과에 만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만족이다. 만족감은 인간이 자신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감정이다. 만족해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남과 비교해 느끼는 상대적 성취감보다 자신만의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으로 인생을 살아 가는 성숙함을 보일 때가 됐다. 어려운 과제를 수행한 뒤 느끼는 성취감, 행복, 만족 등이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내적 가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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