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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과 판박이… 규모 비슷한 중소병원 가보니

입력
2018.02.2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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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쪼개고 무허가 조리실도

강제이행금만 물고 배짱 영업

보건소는 현황 조차 파악 못해

25일 경남의 한 중소병원 3~5층 비상구 통로에 메트리스와 휠체어 등이 마구 적치돼 일반인 이용에도 불편을 주고 있다. 전혜원 기자
25일 경남의 한 중소병원 3~5층 비상구 통로에 메트리스와 휠체어 등이 마구 적치돼 일반인 이용에도 불편을 주고 있다. 전혜원 기자

“전체 병실의 60∼70%를 화재에 취약한 목재 합판을 사용해 임의로 쪼개고, 무허가 건축물인 조리실을 3개나 설치하는 등 건축법 위반사실을 적발, 시에 이첩했습니다.”(소방서)

“소방서에서 이첩 받은 사실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무허가 건축물인 조리실 6개에 대해 지난해 1월 300여만원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한 데 이어 지난달 과태료 부과 이후에도 계속 사용중인 조리실과 무허가 컨테이너박스, 출입문과 건물 연결부 등의 무허가 비가림막 등을 적발해 최근 1,700여만원의 강제이행금을 재차 부과했습니다.”(시청)

“지난해 2월 병상축소 신고가 있었을 뿐 한 개 병실을 두 개로 쪼갠 사실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보건소)

지금까지 총 50명이 숨지고 142명의 부상자를 낸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참사가 26일로 한 달을 맞았다. 25일 본보 취재팀이 세종병원과 규모가 비슷한 경남의 한 중소병원을 찾아 화재 참사 이후 환자 안전에 대한 변화 추이를 살피기 위해 집중 취재한 결과 깜짝 놀랐다. 스프링쿨러가 설치된 것을 제외하고는 세종병원의 상황과 판박이 그 자체였다.

병원 측은 대통령까지 나서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안전진단과 대책 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국의 건축법, 소방법 위반 적발에 배짱영업으로 일관했다.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2015년 7월 문을 연 이 병원은 대형참사를 낸 세종병원과 마찬가지로 일반병원과 요양병원을 함께 운영하면서 소방서와 시청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국의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기자가 병원 현장을 살펴보니 3개 층의 피난계단에는 쓰다 남은 페인트와 메트리스 등이 수북이 쌓여 있고, 항상 닫혀 있어야 할 방화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이 병원은 2016년 12월 이 같은 피난계단 폐쇄 및 장애물 적치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또 지난해 12월 관할 소방서는 병원 측이 전체 병실의 60∼70%를 임의로 쪼개 한 개 병실을 두 개로 만드는 과정에서 총 9개 병실에 자동화재참지설비(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 ‘조치명령’을 내렸다.

한 달 뒤 조치명령에 대한 이행여부 확인에 나선 소방서는 감지기는 설치했지만 임의로 쪼갠 병실은 그대로 둔데다, 구획 과정에서도 건축법 52조1항 ‘의료시설에 사용하는 벽은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목재 합판으로 구획을 한 사실을 적발, 이를 시에 이첩했다.

특히 이 같은 병실 쪼개기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28조(의료기관 개설허가 사항의 변경사항)를 위반한 것으로 1차는 경고와 함께 원상복구 명령, 2차(가중처벌)는 최대 영업정지까지 내릴 수 있지만 관할 보건소는 이런 위법 사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고, 시는 이를 건축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앞서 소방서는 2016년 12월 소방점검에서 이 병원이 3개 건물의 3개 층에서 조리실을 임의 설치한 사실을 적발, 시에 이첩했으나 현장 확인에 나선 시는 무허가로 설치한 조리실이 6개인 사실을 밝혀내고 이달 초 1,700여만원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본보의 확인결과 이 병원은 최근까지 무허가 조리실과 컨테이너박스, 비가림막 등을 지금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축법과 소방법, 의료법 등에 대한 단속기관이 달라 혼선의 여지가 있는데다, 책임회피의 빌미를 줄 수 있는 만큼 의료시설 점검 및 관리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이 병원의 경우 소방서 측은 임의로 병실을 쪼개는 과정에서 인화성 높은 목재 합판을 사용했다며 건축법 위반 사실을 시에 이첩했지만, 시 건축과는 건축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엇박자 행정’을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전문가는 “외딴 곳에 건립하던 요양병원이 최근에는 접근성 뛰어난 도심 복합건물에 입주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더 촘촘한 규정을 만들고 미끄럼대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 화재 발생시 거동이 불편한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시설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ㆍ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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