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보내지 않으면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편지를 서울 도심 아파트에 무작위로 보낸 협박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새벽 서울 시내 아파트 72가구에 ‘설 연휴 전까지 1,500만원 상당 가상화폐를 보내지 않으면 가족 중 한 명을 살해하겠다’는 협박편지를 보낸 혐의(공갈미수)로 강모(29)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집주소에 공인중개사가 보낸 편지로 가장한 살해 협박편지를 보낸 혐의다. 경남 거제시에 사는 강씨는 진주시로 이동해 우체통 3곳에 편지를 나눠 넣고, 수신인 및 발신인 주소를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인쇄하는 등 범행을 숨기고자 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우편에 찍힌 소인을 근거로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 수사한 끝에 강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강씨 주거지에서 압수한 컴퓨터를 분석한 결과 강씨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확보한 주소는 94개. 이중 67세대가 협박편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가상화폐를 송금한 사람은 없었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상화폐에 300만원을 투자했으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고, 일정한 수입 없이 혼자 살고 있어 생활비가 필요해지자 범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상화폐를 송금하지 않는다고 정말 살해하려고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최근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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