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최후의 카드 남겨뒀다”
제재 대상 숫자 크게 늘었지만
中 은행ㆍ러 국적 선박 등 빠져
*트럼프 “효과 없으면 2단계로”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 있다”
군사 옵션 가능성까지 열어둬
공해상 선박 환적 단속도 거론
中ㆍ러 협력 필요해 제약 예상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23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규모”의 새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이 제재의 핵심은 그간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지목된 ‘공해상 선박간 환적’ 차단에 초점을 맞춘 점이다. 그러나 당장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제재 대상 숫자가 크게 늘었지만, 결정적 카드로 꼽히는 중국 은행이나 에너지 기업 제재가 빠졌고 해상차단 조치도 배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최후의 제재 카드는 남겨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북한, 중국, 홍콩 등의 선박 28척과 기업 27곳을 새 독자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무역회사를 운영해 온 대만 국적 개인 1명도 제제대상 명단에 올렸다. 대부분 ‘‘공해상 선박 환적’ 방식으로 북한에 원유를 공급한 업체나 선박이다. 북한은 회원국의 북한 항구 입항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을 회피하기 위해 제3국 배를 통해 석탄ㆍ석유를 공해상에서 거래해왔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해상 밀거래를 강도 높게 차단하고 공해상을 통한 북한의 해상 무역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보수정치행동회의 연설에서 “전례 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북한이 최근 러시아 항구를 통해 석탄의 국적을 세탁한 뒤 수출한 혐의가 포착됐는데도 러시아 국적 선박이 이번 제재에 빠진 걸 문제 삼고 있다. 중국 은행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도 우려를 표시했다. ‘최대규모 제재’를 내세우기 위해 실제 압박측면에서는 의미가 없는 북한 기업과 선박 등을 무더기 포함시킨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이 빠지는 등 중국에 더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에도 불구, 미국이 북한의 마지막 숨통으로 꼽히는 원유 공급과 관련해 중국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에 대한 제재를 최후의 카드로 남겨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발표 직후인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공동회견에서 “그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Phase Two)로 가야 할 것”이라며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라건대 그 제재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협상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고 우리가 (협상)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니 두고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2단계 조치’는 중국 정부가 불편해하는 최후의 제재 카드와 그 뒤를 이은 군사 옵션의 가능성까지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단계 조치의 내용 중 하나로는 이날 발표되지 않은, 공해상 선박 환적을 차단하기 위한 현장 단속 방안도 거론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해안 경비대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 배치, 한국ㆍ일본 등과 협력해 공해상 단속 활동을 펼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이 방법도 효과적 실행에 많은 제약이 예상된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는 회원국이 자국 내 영해ㆍ항구에서는 의무적으로 제재 의심 선박을 검색ㆍ압류ㆍ자산 동결토록 규정할 뿐 공해상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는 근거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공해상 검색 대신 선박을 제3국 영해ㆍ항구까지 추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대규모 감시자산이 투입돼야 한다. 또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특성상 중국, 러시아 등의 협력도 필요하다. 므누신 재무장관도 ‘다음 단계는 군사적으로 선박간 환적을 봉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군사 행동과 관련해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선 어떤 것도 미리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