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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8분32초99...‘은메달’ 따고도 눈물 흘려야 했던 김보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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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8분32초99...‘은메달’ 따고도 눈물 흘려야 했던 김보름 스토리

입력
2018.02.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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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에게 큰 절하는 김보름./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8분32초99.

김보름(25ㆍ강원도청)에게는 몇 시간의 훈련, 몇 십분의 기자회견보다 더 값진 시간이었다.

김보름은 지난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8분32초99를 기록,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포인트 40점을 얻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번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첫 번째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다만 그는 여느 은메달리스트들처럼 활짝 웃지 못했다. 그는 질주를 끝낸 후 관중을 향해 큰 절을 올리며 속죄의 시간을 가졌다. 김보름은 경기 뒤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울먹였던 터라 눈은 충혈돼 있었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도 "죄송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다른 말들은 하지 못할 것 같다"며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관중에게 큰 절을 올린 것을 두고는 "죄송한 마음이 컸다. 국민께 사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보름 앞서 19일 치른 대회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박지우(20ㆍ한국체대), 노선영(29ㆍ콜핑팀)과 팀을 이뤘지만, 탈락했다. 김보름은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 기록으로 순위를 정하는 팀 추월에서 노선영을 뒤에 멀찌감치 두고 박지우와 일찌감치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탈락 후 방송 인터뷰에서 보여준 노선영의 경기력을 꼬집는 듯한 말투와 허탈해하는 태도도 논란을 키웠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김보름은 20일 해명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그는 21일 팬들의 비판 속에서 팀 추월 7∼8위 결정전을 치렀고, 개인 종목 매스스타트를 준비했다. 그러다 마침내 메달 획득을 기대했던 매스스타트에서 값진 은메달을 손에 넣었다.

김보름은 사실 쇼트트랙 선수였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보통 선수들보다 5~6년이 늦었다. 따라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보름은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때 또래 선수들의 실력을 따라가기 버거웠다. 때문에 중고등학생 때 계속 뒤쳐졌다”며 “미련도 없어졌고 그래서 운동을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었다”고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는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경기를 TV로 지켜보다 다시 운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스케이트화를 다시 신기로 한 김보름은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격 전향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 나선 그는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2014년 스피드스케이팅 흥행을 위해 여러 명의 선수가 지정된 레인 없이 400m트랙을 16바퀴 돌아 경쟁하는 종목 '매스스타트'를 도입한 것은 김보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보름은 2014-2015 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처음 선 보인 매스스타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16-2017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메달이었다. 이후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1년을 앞두고 “대회에 나서 잘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종목을 바꾼데다, 커다란 논란도 이겨내고 끝내 목표를 달성했다. 진정한 멘탈 ‘갑(甲)’이었다.

강릉=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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