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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폭로 전 사과... 꼬리내린 가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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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폭로 전 사과... 꼬리내린 가해자들

입력
2018.02.25 16:4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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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자 윤호진 사과문 먼저

연극배우 한명구도 교수 자진 사퇴

공연계 “이참에…” 자정노력 속도

국립극단은 계약서에 관련 조항도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스탭들과 일반관객들이 모여 공견계 여성 성추행 및 성폭력 사건 관련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25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스탭들과 일반관객들이 모여 공견계 여성 성추행 및 성폭력 사건 관련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윤택(66) 연극연출가의 성폭력에 대한 고발로 촉발된 공연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거둔 가시적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 등을 제작하며 국내 뮤지컬계 대부로 꼽히는 윤호진(70) 에이콤 대표는 자신의 실명을 거론한 미투 폭로가 나오기 전에 잘못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24일 발표했다. 윤 대표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피해자 분의 입장에서, 피해자 분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저의 거취를 포함해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무겁게 고민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윤 대표 측은 피해자들이 주장한 성추행 의혹에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보다 피해자의 고통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맞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같은 날 “저 역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제 이름이 거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신작 뮤지컬 ‘웬즈데이’의 제작발표회를 취소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연극계에서 성폭력 폭로가 이어질 때 ‘주요 요주의 인사’로 거론돼 왔다. 한 공연스태프는 “과거 술자리에서 윤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며 “윤 대표는 아직 업계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폭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성추행 의혹을 받아 온 배우 조재현(53)씨와 서울예대 교수이자 연극배우인 한명구(58)씨, 사진작가인 배병우(68) 전 서울예대 교수 등 문화계 인사들이 잇달아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씨는 24일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는 “사실과 다른 추측성 기사도 일부 있어서 얄팍한 희망을 갖고 마무리 되길 바라기도 했다. 과거의 무지몽매한 생각과 오만하고 추악한 행위들과 일시적으로나마 이를 회피하려던 제 자신이 괴물 같았고 혐오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극동대 재직 당시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 했다는 의혹을 받은 한씨는 25일 서울예대 교수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한씨는 사과문을 통해 예정된 공연을 모두 취소하고 피해 학생이 허락할 경우 직접 사과를 전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배 전 교수는 “늦었지만 철저히 반성하며,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윤택 연출가와 배우 이명행의 성추행 사건, 오동식 연출가의 폭력 사건 등이 공연 제작 과정에서 일어났던 국립극단도 “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립극단은 법률자문을 통해 계약서 내 성폭력 관련 조항을 체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은 성폭력 사전 예방을 위해 극단 임직원들의 성교육을 강화하고 협업 배우와 스태프를 대상으로도 정기적 교육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명 배우 곽도원씨가 연희단거리패 단원 시절 동료 배우를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곽씨의 소속사 오름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부인했다. 25일 영화계에 따르면 전날 자정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곽씨를 겨냥한 듯한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예전에 연희단에 있었고 지금은 영화판에서 잘 나가는 ‘ㄱㄷㅇ’씨 잘 지내나요?”라며 “여배우가 스트레칭하는 데다 대놓고 ‘XX하기 좋은 나이다’라고 하셨죠?”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오름엔터테인먼트는 “7,8년 전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는데 당시 곽씨는 연희단거리패를 나와 시점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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