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초화하우스 튤립 화분 100만개
지난 겨울 강추위 견뎌내고
내달 16일 튤립축제 준비
지난 2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 주차장 옆 초화하우스. 실내로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와 짙은 풀냄새가 코끝으로 밀려왔다. 싱싱한 초록색 튤립 줄기가 뿜어내는 봄의 향기였다.
에버랜드가 관리하는 초화하우스 24동은 거의 모든 공간이 어른 주먹 정도 크기의 튤립 고무 화분(포트)으로 채워져 있었다. 포트 개수는 100만개에 이른다. 포트에 심어진 튤립 구근(알뿌리) 중 일부는 벌써 알로에처럼 생긴 굵은 줄기를 뻗어냈지만 아직 채 싹을 틔우지 않은 알뿌리도 있었다.
이 튤립들은 다음달 16일 개막하는 ‘에버랜드 튤립 축제’에서 관람객들을 맞아야 한다. 15명으로 이뤄진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식물콘텐츠그룹 직원들에게는 1년의 첫 꽃축제를 준비하는 요즘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식물콘텐츠그룹 관계자는 “축제 시작에 딱 맞춰 만개시킨 뒤 거의 한달 내내 가장 화려한 꽃 상태를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에서 들여 와 심은 튤립들에겐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이 위기였다. 튤립은 뿌리가 내린 뒤 한번 얼었다 녹아야 꽃이 피는데, 뿌리가 내리기 전 강추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식물콘텐츠그룹은 포트 100만개를 일일이 해체해 뿌리 상태를 점검해야 했다. 이준규 식물콘텐츠그룹장(조경학 박사)은 “당연히 우리 인력으로는 불가능하고 ‘여사님’들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그가 지칭한 여사님들은 초화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역 주민 20여 명이다. 10년 넘게 튤립 축제를 돕고 있어 튤립 생장과 관리에 관해서는 거의 전문가급이다.
1992년 국내 최초로 튤립 축제를 시작한 에버랜드는 올해 100종 이상의 품종을 전시한다. 이중 백합처럼 꽃잎 끝이 뾰족한 튤립 10가지는 처음 선보이는 품종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튤립 정원 둘레에는 펜스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 그룹장은 “내부적으로 ‘꽃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펜스를 없애니 관람객들이 더 조심하더라”며 “주인공인 꽃이 피기까지 들어간 사람들의 정성을 담아내고, 보다 더 꽃과 교감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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