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개의치 않는다” 30%
지난해 말 싱글족 2억명 넘어
결혼 선택도 ‘경제력’ 우선
중국에서도 명절 때면 친척들에게 “결혼은 언제 할 거냐”는 질문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춘제(春節ㆍ설) 연휴가 결혼정보업체의 최대 호황기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도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 톈센트가 최근 내놓은 ‘2017년 중국인 결혼관ㆍ연애관 조사 보고’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3만명 중 ‘결혼 여부는 흘러가는 대로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1.2%에 달했다.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당분간은 개의치 않겠다는 이 같은 답변은 지난해 조사 때보다 5.6%포인트 많아졌다.
물론 결혼을 확실히 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람들은 여전히 소수였다. 독신으로 살겠다는 응답자는 3.5%였고, 연애만 할 뿐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3.1%에 그쳤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결혼에 대한 관심이나 적극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인생에서 연애ㆍ결혼ㆍ출산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류링허우(60後ㆍ1960년대 출생자)는 61.5%였지만 지우링허우(90後ㆍ1990년대 출생자)는 50%를 겨우 넘겼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의 지난해 말 조사에선 중국의 싱글족이 2억명을 넘어섰다. 이는 브라질 인구에 맞먹는 숫자다. 중국의 전체 인구 대비 싱글족 비율은 1990년 6%에서 지난해 18%까지 증가했고 이 중 2030세대의 비중이 무려 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글족 모두가 비혼족은 아니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결혼을 필수로 여기는 인식이 점차 엷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거나 소개팅에 나서는 젊은이들의 선택은 점점 더 효율적으로 변하는 듯하다. 쩐아이왕(珍愛網)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개팅이나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난 남녀가 연애를 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평균 한 달이, 연애부터 결혼까지는 평균 두 달이 각각 걸렸다. 이를 두고 쩐아이왕은 “결혼정보업체들이 회원들의 경제력을 1순위 조건으로 놓고 노골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싱글족을 겨냥한 ‘솔로 이코노미’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소형 가전제품과 즉석식품, 편의점, 1인 여행상품, 세탁ㆍ청소업 등 혼자 사는 젊은 층을 겨냥한 시장규모가 매년 20% 이상 늘어가고 있다. 톈센트는 보고서 말미에 “소득ㆍ교육수준의 향상과 가치관의 다양화에 따라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비혼족이 증가하는 건 불가피한 변화”라며 “다만 정부나 기업이 적절한 법ㆍ제도의 보완과 수정, 산업현장의 개혁을 게을리하면 인구절벽을 비롯한 국가 전반의 활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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