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봅슬레이 역대 최고 '공동 은메달'
대회 '피날레' 화려하게 장식
한국 봅슬레이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대표팀 선수들을 직접 만나면 가장 먼저 그 체격에 놀란다.
원윤종(109㎏), 전정린(102㎏), 서영우(104㎏), 김동현(104㎏)은 모두 몸무게가 '세 자릿수'로, 4명의 체중을 합하면 419㎏이나 된다.
이들의 몸이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맏형'이자 '파일럿'(썰매 조종수)으로 4인승 대표팀을 이끈 원윤종(33)과 봅슬레이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결대 체육교육과 4학년생이던 원윤종은 학교에 붙은 '썰매 국가대표 선발' 포스터를 봤다. 그는 체육 교사를 꿈꿨지만 호기심에 선발전에 응시했고, 얼떨결에 합격했다.
키 182㎝인 원윤종의 당시 몸무게는 70㎏대로, 약간 말랐다는 인상도 풍겼다.
봅슬레이 입문 이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폭식'이었다.
봅슬레이 종목에서는 선수들과 썰매를 합한 무게가 더 나갈수록 가속도가 많이 붙어 최대 속도가 빨라진다.
4인승의 경우 선수들과 썰매를 합친 무게가 최대 630㎏으로 제한된다. 호리호리한 몸으로 무거운 썰매를 타는 것보다 건장한 체격으로 상대적으로 가벼운 썰매를 타는 게 훨씬 유리하다.
원윤종과 동료들은 하루에 밥 15공기를 먹어가며 극한의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아무리 운동량이 많아도 몸이 그 많은 섭취량을 다 소화해내지 못해 토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먹을 때 '맛'은 고려 대상도 아니었다.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은 "아무래도 맛있어야 음식이 잘 먹히는데, 닭가슴살이나 당분이 없는 떡 같은 맛 없는 건강식을 계속해서 먹어야 하니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윤종도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게 정말, 굉장히 고역이었다"고 돌아봤다.
원윤종이 봅슬레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썰매 종목은 정부나 기업한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원윤종은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 스테이크는 비싸서 많이 못 먹었다"면서 "뷔페식으로 나오는 숙소 조식을 몰래 따로 챙겨 나오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제는 모두 추억이다.
어느새 거구로 변신한 지 오래인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은 평창올림픽 공동 은메달로 그간의 모든 고생을 보상받았다.
평창올림픽 폐회식 날 열린 경기에서 값진 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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