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민들 컬링 단체응원전 열기
"의성은 대한민국 컬링 수도" 자부심
"괜찮아, 졌지만 잘했어. 수고했어."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대표팀이 은메달을 딴 25일 경북 의성군은 전체가 잔칫집이었다. 강팀 스웨덴에 8대5로 아쉽게 졌지만, 그 누구도 탓하는 이 없이 서로가 서로를 격려했다. 대표선수 5명 중 경기 출신인 김초희 선수를 뺀 나머지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4명의 고향이 경북 의성군이다.
군민들은 이날 경기 2시간 이전부터 단체 응원전이 열리는 의성체육관 앞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체육관 문이 열리는 오전 7시쯤 이미 150여 명이 넘었다.
체육관 앞에선 의성마늘햄을 만드는 농협과 롯데푸드, 로터리클럽, 청년회의소 등에서 음료와 차, 어묵국 등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의성출신 여자국가대표팀 TEAM KIM, 꿈은 이루어진다', '마늘소녀들의 금메달을 기원합니다' 등의 격문이 체육관 내외부에 빼곡히 내걸렸다.
체육관 바닥에 놓은 500여개의 의자와 관중석을 가득 채운 1,000여 명의 군민들은 한마음 한 뜻으로 응원했다. '의성마늘햄 먹고 영미야 힘내자', '컬링여제 김선영', '매력 만땅 안평의 김선영'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응원봉을 흔들며 목소리 높여 응원했다.
경기 중반을 넘어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체육관을 떠나는 군민들은 별로 없었다. 9엔드가 끝나고 악수를 청하며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아쉬워하면서도 "괜찮아"를 연호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김영미 선수가 사는 마을인 의성읍 설파리에서 왔다는 정풍자(73)씨는 "오전에 다른 볼일이 있지만 응원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오전 7시 40분에 체육관에 도착했다"며 "우리 선수들이 못한 게 아니라 스웨덴이 너무 잘했다"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박성옥(63)씨는 "이장님과 자가용이 있는 집에서 이웃주민들을 태워 60여 명이 왔다"며 "이제 의성 하면 '컬링의 수도'가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어제 꿈이 좋았는데 좀 아쉽다"며 "선수들이 많은 공기를 마시며 의성마늘과 자두, 복숭아, 사과를 먹고 자라 컬링을 잘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의성읍내 한 식당에선 이날 점심 때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떡국을 제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은메달을 딴 의성의 딸들이 자랑스럽다"며 "의성 컬링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동계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대표팀 해단식 후 선수들이 귀향할 때 카퍼레이드 등 성대한 환영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날 단체응원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주수 의성군수와 선거운동에 나선 김광림 박명재 국회의원과 남유진 전 구미시장 등 경북도지사 출마 예정자와 경북도교육감 출마예정자들도 함께 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권성우기자 ksw161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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