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3대8로 패 은메달
아시아 국가 최초 결승 진출
값지고 훌륭한 결과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기대를 모은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은메달을 획득했다.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한 대표팀은 금메달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세계랭킹 5위 스웨덴에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한 컬링 대표팀은 언제든 세계 정상을 노릴 수 있는 강팀으로 우뚝 섰다.
한국은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여자 컬링 결승에서 안나 하셀보리(28) 스킵이 이끄는 스웨덴에 9엔드 8-3으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험과 정확도에서 열세를 보인 경기였다. 김영미(27ㆍ리드) 김선영(25ㆍ세컨) 김경애(24ㆍ서드) 김은정(28ㆍ스킵)으로 구성된 ‘팀 킴(Team Kim)’은 이날 경기에서 예선부터 준결승전까지 전매특허나 마찬가지였던 날카로움과 정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결승 진출팀이라는 부담을 이기지 못한 듯 했다.
시작부터 깔끔하지 못했다. 1엔드 후공으로 시작한 한국은 스킵 김은정이 던진 마지막 스톤이 하우스 안에 있던 스웨덴 스톤을 밀어내고 1득점했다. 엔드를 득점 없이 마치는 블랭크엔드 작전으로 2엔드에서도 후공을 유지, 보다 많은 기회를 엿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 후공을 가져간 스웨덴은 2엔드에 수비로 맞선 한국의 스톤을 모두 쳐내고 블랭크엔드를 만든 뒤 3엔드 후공에서 2득점하면서 역전했다.
한번 꼬이기 시작한 공격은 경기를 풀어가기 어렵게 했다. 상대 스웨덴은 좀처럼 허점을 비치지 않았다. 한국은 4엔드 득점하기 유리한 후공임에도 스틸(선공이 득점하는 것)을 당해 1점을 주면서 1대 3으로 스웨덴에 끌려갔다. 대표팀은 이어 후공인 5엔드에서 마지막 10번째 스킵 투구로 더블 테이크아웃(한 개로 상대팀 스톤 두 개를 내보내는 것) 하우스 안에 있던 스웨덴 스톤 2개 중 1개만 내보내는 데 그쳤고 남은 1개 스톤이 티에 가까워 연속 스틸을 당했다. 하우스 안 스웨덴 스톤들의 위치가 절묘하기도 했지만, 김은정 스킵의 투구가 날카롭지 않기도 했다. 이로 인해 1대 4로 격차가 벌어졌다.
6엔드에서도 한국은 후공에서 대량득점의 기회를 노렸지만 스웨덴의 방어를 뚫지 못한 채 1득점에 그쳤다. 7엔드에선 스웨덴의 완벽한 투구가 이뤄지면서 무려 3실점하면서 2대 7로 무너졌다.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도 굳어진 게 역력했다.
8엔드 후공에서 1득점 하는 것에 그친 한국은 9엔드 선공에서 스틸을 노렸지만 완벽한 스웨덴의 공격과 방어에 밀려 1실점 한 뒤 10엔드에 들어가기 전 굿 게임(Good Game)을 선언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그간 여자 컬링 대표팀의 단합과 열정으로 보여준 경기들은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관심을 모았다. 사상 최초의 아시아 국가의 결승 진출에 이은 은메달 획득만으로도 값지고 훌륭한 결실이라고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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