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30)은 24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뒤 후배 정재원(17)을 수 차례 언급했다. 그는 “같이 레이싱을 해준 (정)재원이한테 너무 고맙다”며 “스퍼트하기 전까지 재원이의 도움이 있었다”거 고마워했다.
이승훈은 매스스타트 금메달로 2010 밴쿠버올림픽 1만m 우승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처럼 선수들의 전략과 눈치 싸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 종목이지만 팀플레이가 필수다. 결승에서 같은 국가의 선수 2명이 출전하면 우승 가능성은 높아진다.
막판 스퍼트가 좋은 매스스타트 최강자 이승훈의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함께 뛰는 우리 선수가 선두 그룹에서 바람의 저항을 온몸으로 맞으며 레이스를 이끈다.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맡은 정재원은 결승에서 전략대로 선두권에서 상대 선수들이 치고 나가지 못하도록 앞에 달리는 이들과 간격을 유지했다. 레이스 막판엔 힘을 아낀 이승훈이 힘을 내며 치고 올라갔고, 체력이 고갈된 정재원은 뒤로 처졌다. 결과는 이승훈의 금메달. 정재원은 8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에서 이승훈이 우승했을 당시와 같은 패턴이었다. 세계 랭킹 1위 이승훈은 1차 대회와 4차 대회를 우승했는데, 이 때 결승에선 정재원이 함께 뛰었다. 반면 정재원이 준결승에서 탈락했던 3차 대회에서는 이승훈이 결승에서 혼자 뛰어 13위에 그쳤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때는 김민석(19)이 이승훈의 파트너로 ‘금빛 조력자’ 역할을 했다.
정재원은 경기 후 “(이)승훈이 형의 금메달에 도움이 돼 기쁘다”며 “월드컵에서도 선두권과 격차를 좁히려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예상했고, 내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팀추월 은메달을 획득한 정재원은 매스스타트에서 빈 손으로 돌아갔지만 4년 뒤 베이징 올림픽 때는 개인 종목에서도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정재원이 말한 개인 종목은 매스스타트가 아닌 5,000m다. 그는 “난 매스스타트보다 5,000m가 주 종목이고, 항상 준비하고 있다”며 개인 종목에 욕심을 냈다.
김민석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매스스타트를 포기하고 1,500m에 집중하면서 평창올림픽 때 아시아 최초로 동메달을 목에 건 것처럼 정재원도 다음 올림픽에서 개인 종목에 더욱 비중을 둘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베이징 대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승훈은 또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강릉=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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