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문화예술계에 시작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연예계 전반에 휘몰아치고 있다. 배우 조민기에 이어 오달수, 조재현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SNS를 통한 익명 폭로가 대부분이었다.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 톱여배우들로 인해 촉발된 할리우드 미투 운동과 확연히 달랐다.
조재현, 오달수, 조민기(왼쪽부터)
조민기는 지난해 여대생 성추행 의혹이 제기 돼 청주대 교수직에서 사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청주대 한 학생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다. 자신의 오피스텔에 수차례 불러 성추행하고 성적인 농담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조민기 측이 루머라며 부인하자, 송하늘은 “청주대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로에 데뷔한 신인 배우”라며 실명을 밝히고 성추행은 수년간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익명 피해자들의 폭로가 빗발쳤고, 조민기는 OCN 새 주말극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했다.
오달수의 성추행 의혹은 한 네티즌의 댓글에서 시작됐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 성추행 기사에 “1990년대 부산 소극장. 어린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던 연극배우” “1990년대 초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던 제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어 함부로 휘저은 사람” 등의 댓글을 달리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오달수의 실명까지 공개됐지만 소속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 tvN 새 드라마 ‘나의 아저씨’ 측은 “배우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차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재현 역시 오달수와 SNS를 통해 성추행 명단에 오르내렸다. 두 사람 모두 이윤택이 창단한 연희단패거리 출신이다. 배우 최율이 인스타그램에 조재현의 사진과 함께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더 많은 쓰레기들이 남았다”고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앉아있으면 (조재현이) 갑자기 뒤에서 손을 넣었다” “딸 같다며 뽀뽀를 요구했다” 등 익명의 스태프 및 배우들의 증언이 더해졌다. 조재현은 24일 성추문 사실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삶을 되돌아보겠다”고 사과했다. tvN 월화극 ‘크로스’ 측은 대본 수정에 돌입, “최대한 조재현의 분량을 축소하고 퇴장을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세 사람 모두 처음엔 부인 및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폭로가 계속되자 작품에서 하차하며 수습하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신소율을 비롯해 김지우, 최희서, 이규형 등이 미투 운동에 동참했지만, 소위 톱스타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은 점도 아쉬움을 자아냈다. 김태리와 문소리 등이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정도다. 아울러 성추행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할리우드 미투 운동은 세계적인 배우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제니퍼 로렌스 등은 지난해 10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이 수십 년간 성추행 한 사실을 고발했다. 이후 미국 내 여성들은 SNS에 ‘ME too’(미투)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심각성을 알렸다. 아울러 메릴 스트립, 리즈 위더스푼, 숀다 라임스, 스티븐 스필버그 등 300여명의 영화인은 1,300만 달러를 모금해 성추행 및 성폭행 등에 도움을 주는 법 지원 펀드 ‘타임즈 업’(Times up)을 발족했다.
배우들은 시상식에서도 할리우드 내 성범죄를 몰아내고자 하는 여성들의 용기를 지지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줬다. 안젤리나 졸리, 제니퍼 로렌스, 레이첼 와이즈, 마고 로비 등은 화려한 드레스 대신 블랙 드레스를 입고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아울러 남자 배우들은 가슴에 타임즈 업이라고 적힌 뱃지를 달고 등장했다. 골든글로브에 블랙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공유하는 여성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나도 피해자’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싸울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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