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키의 새 역사를 쓴 이상호(23)는 ‘배추 보이’로 잘 알려져 있다.
강원 정선 사북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스노보드를 접한 이상호는 아버지가 고랭지 배추밭에 만든 눈썰매장을 놀이터 삼아 보드를 탔다. 단순히 썰매를 타는 것보다 보드에 호기심을 느꼈다. 당시 어린이용 보드가 따로 없어 성인용 중 가장 작은 것으로 골랐다. 이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노보드 알파인에 입문했다.
이상호는 주니어 시절부터 독보적인 존재였다. 국내에는 적수가 없어 중학교 3학년 때 세계 무대를 노크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여름에는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보던 선수들과 같이 연습을 하고, 실력을 겨루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이상호는 “스노보드는 섬세한 각각이 필요한 종목”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스노보드를 탄 덕분에 갖고 있는 감각이 남들보다 더 세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8살이던 2013년 국제스키연맹(FIS) 캐나다 대회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또 2014년 FIS 세계주니어선수권 준우승, 2015년 같은 대회 우승 등을 통해 2018년 평창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을 키워온 선수다.
세계 랭킹도 2013~14시즌 85위에서 2014~15시즌 50위, 2015~16시즌 26위로 가파르게 상승했고, 2016~17시즌은 4위로 도약했다. 이번 시즌은 월드컵 랭킹 10위로 올림픽을 앞두고 기대했던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상호는 “월드컵은 올림픽으로 가는 여러 대회 중 하나”라고 여유를 보였다. 자신감이 두둑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실제 올림픽 예선 1차전에서도 출전 선수 32명 가운데 11위에 그쳤으나 2차 시기에서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또 이번 시즌 한 번도 월드컵에서 4강에 들지 못하다가 가장 중요한 무대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집념을 보였다.
평창=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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